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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 바다와 성곽이 만든 스리랑카의 시간

by parttime1 2025. 9. 19.

스리랑카 갈레 요새
스리랑카 갈레 요새

 

 

스리랑카 남서부 해안에 자리한 갈레(Galle)는 바다와 성곽이 만나 독특한 도시 풍경을 이룬 곳입니다. 16세기 포르투갈인에 의해 요새가 세워지고, 이후 네덜란드와 영국이 차례로 점령하면서 갈레는 오랜 세월 동안 해양 교역의 요충지로 기능했습니다. 오늘날 갈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곽 도시로, 아시아와 유럽의 건축과 생활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에게는 이국적 풍경을 즐기는 명소로, 학자들에게는 해양사와 식민지 건축 연구의 현장으로, 현지인들에게는 여전히 살아 있는 일상의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성곽 도시의 역사와 건축 유산

갈레의 가장 큰 특징은 잘 보존된 성곽과 요새입니다. 포르투갈이 처음 성을 쌓았을 때는 단순한 방어 기지였으나, 17세기 네덜란드가 대대적으로 확장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도시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두꺼운 석벽, 해자를 대신하는 바다, 그리고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은 당시 해양 교역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설계였습니다. 성곽 위를 따라 걸으면 바다와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며, 지금도 현지 주민들은 산책로처럼 활용합니다. 성곽 내부에는 네덜란드 양식의 건물, 교회, 법원, 창고가 질서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유럽식 건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리랑카의 전통 가옥 양식과 결합해, 고풍스러운 기와 지붕과 아치형 창문이 공존하는 독특한 건축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갈레 요새는 단순한 군사 시설이 아니라 생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성곽 안에는 주택, 학교, 관공서, 상점이 남아 있어 ‘살아 있는 유산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독특한 건축 유산은 갈레를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도 지속되는 역사 공간으로 만들어 줍니다.

바다와 함께 이어온 교역의 기억

갈레는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입니다. 고대부터 인도양을 오가는 무역로의 거점이었고, 특히 향신료 무역의 중요한 항구로 번성했습니다. 계피와 정향 같은 스리랑카 특산품이 갈레를 거쳐 유럽으로 실려 나갔으며, 이 과정에서 아시아와 아랍, 유럽의 상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습니다. 오늘날 갈레의 거리에는 이 다양한 문화가 남긴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예를 들어, 아랍 상인들이 세운 모스크와 네덜란드인들이 지은 교회, 그리고 영국 식민지 시절의 행정 건물들이 나란히 존재합니다. 교역의 흔적은 건축물뿐 아니라 음식 문화에도 배어 있습니다. 갈레의 시장에서는 스리랑카 전통 음식과 더불어 아랍풍 향신료가 가미된 요리, 네덜란드식 디저트, 영국식 홍차 문화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바다가 연결한 교역의 기억은 오늘날에도 관광과 생활문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인도양 해상 실크로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갈레는 역사학과 고고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연구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대의 갈레: 문화와 관광의 조화

갈레는 단순히 과거의 도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문화와 관광이 결합된 공간입니다. 성곽 내부는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지만, 동시에 현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골목길마다 작은 카페, 예술 갤러리, 수공예품 상점이 들어서 있어 예술가와 여행자가 어울리는 풍경을 만듭니다. 매년 열리는 갈레 문학 페스티벌은 전 세계 작가와 독자들을 불러 모으며, 도시를 단순한 역사 관광지가 아니라 창의적 교류의 장으로 변모시켰습니다. 또한 갈레는 스리랑카 크리켓의 성지로 불리기도 합니다. 성곽 바깥의 갈레 국제 경기장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독특한 경기장으로, 경기 날이면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관광객들은 역사와 스포츠, 예술과 일상이 어우러진 다층적 매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성곽 보존과 관광 개발 사이의 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이 위협받지 않도록, 보존 정책과 지역 주민 참여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는 갈레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살아 있는 역사 도시로 남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스리랑카 갈레는 성곽과 바다, 교역과 문화가 어우러진 특별한 도시입니다. 잘 보존된 건축 유산은 과거를 증언하고, 바다와 교역의 기억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문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의 갈레는 역사와 예술, 스포츠와 생활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여행자들에게 단순한 관광을 넘어 깊은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그래서 갈레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그리고 ‘바다가 만든 성곽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