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다오(Con Đảo)는 베트남 남부 해안에서 약 180km 떨어진 군도로, 오랜 세월 ‘유배지’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있었던 장소입니다. 그러나 이 섬은 오늘날 바다거북 보호구역, 산호 군락, 열대 해양 생태계를 품은 국립공원, 그리고 식민지 시대 감옥 유적지를 동시에 가진 희귀한 섬입니다. 자연과 역사, 생태와 기억이 공존하는 이 땅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강한 울림을 전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꼰다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중심으로 탐색해 보겠습니다.
해양 생태 보호구역 – 바다거북과 산호의 천국
꼰다오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베트남 최대의 해양 보호구역이라는 점입니다. 꼰다오 국립공원(Con Đảo National Park)은 16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꼰다오 군도를 포괄하며, 총면적 20,000헥타르에 달하는 육상과 해양 생태계를 보호합니다. 이곳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초대형 바다거북의 번식지로, 6~9월 사이 산란을 위해 상륙하는 푸른 바다거북(Green Turtle)과 매부리바다거북(Hawksbill Turtle)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국립공원에서 진행하는 야간 바다거북 산란 감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인원 제한과 생태교육을 통해 보호 활동도 겸하게 됩니다. 바다거북이 모래를 파고, 알을 낳고, 다시 조용히 바다로 돌아가는 과정은 인간의 시간이 아닌 ‘자연의 리듬’을 경험하게 만드는 특별한 순간입니다.
해양 생태계 측면에서도 꼰다오는 베트남 내 가장 건강한 산호 군락을 자랑합니다. 총 300종 이상의 산호와 200종 이상의 열대 어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스노클링과 프리다이빙을 통해 섬 주변의 수정같이 맑은 바닷속 풍경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꼰손(Con Son) 섬 인근의 홍베이(Hòn Bảy)와 홍카우(Hòn Cau)는 바닷물의 투명도와 생물 다양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지점입니다.
이처럼 꼰다오는 ‘자연보호와 체험이 공존하는 해양 생태 교육지’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유배와 감옥의 섬
많은 이들이 꼰다오의 아름다운 자연에 이끌려 오지만, 이 섬의 본래 정체성은 식민지 시절의 유배지이자 정치범 수용소입니다. 1862년 프랑스 식민 정부에 의해 감옥 섬으로 지정된 이후, 20세기 중반까지 약 100년 동안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민간인이 이곳에 수감되었습니다. 꼰다오 감옥(Côn Đảo Prison)은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있습니다. 호찌민, 팜반동, 보 응우옌잡 등 베트남 역사에 기록된 주요 인물들 또한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특히 ‘호랑이 우리(Tiger Cages)’라 불리는 비밀 감옥은 관람객에게 전율을 안기는 장소입니다. 가로 1.8미터, 세로 2.5미터 크기의 철창 안에 사람을 가두고 햇볕, 물, 공기를 제한하는 방식은 단순한 형벌이 아니라 인간성의 말살이었습니다.
현재 이 유적지는 꼰손 섬 내 ‘역사적 교육 공간’으로 보존되고 있으며, 관람 동선마다 설명 패널, 생존자의 증언, 유물 전시 등이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한 이 거대한 감옥 유산은, 여행자에게 ‘이 아름다움이 과거의 고통 위에 세워졌음을 잊지 말라’는 조용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꼰다오는 감옥의 기억과 바다의 생명을 동시에 품은 유일한 섬이자, 역사와 자연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되는 공간입니다.
로컬 마을과 느린 삶
꼰다오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이곳에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꼰손 마을에는 약 6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이 생태관광사업, 어업, 유기농업 등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관광 중심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거리에 대형 프랜차이즈나 번화한 상점은 거의 없고, 전통 어시장, 가정식 식당, 가족 운영 민박집이 주를 이룹니다.
특히 매일 새벽 열리는 꼰손 아침시장은 이 지역의 생생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 거북이 보호를 위한 교육 포스터, 지역 학생들의 전통악기 공연 등이 함께 펼쳐지며, 이곳이 관광지가 아닌 ‘살아 있는 섬’ 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최근엔 베트남 정부와 NGO 단체들이 협력하여, 꼰다오를 지속 가능한 생태 여행 모델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숙소에서는 플라스틱 병을 제공하지 않고, 해변 정화 프로그램 참여 시 민박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여행자가 ‘방문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꼰다오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섬이 아닙니다. 느린 삶과 참여의 감각을 회복하는 섬입니다.
꼰다오는 ‘유배의 기억’과 ‘바다의 생명’을 동시에 품고 있는 베트남의 유일한 섬입니다. 감옥 유산이 주는 역사적 울림,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생명의 순간, 로컬 주민의 느린 삶까지. 이곳은 보는 것만으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기억하고, 배우고, 느끼는 여행이 됩니다. 베트남 여행에서 단 하루라도 진짜 감각을 되찾고 싶다면, 꼰다오에 방문해 보십시오. 완전히 새로운 베트남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