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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에사우이라, 바람과 음악이 빚은 바다도시

by parttime1 2025. 8. 21.

에사우이라의 강한 바람을 타고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에사우이라의 강한 바람을 타고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모로코 대서양 연안에 자리한 에사우이라(Essaouira)는 단순한 해안도시가 아니라, 바람·어업·음악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맞물려 독창적인 문화생태계를 형성한 장소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도시는 바람을 이용한 항해와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으며, 동시에 그나와(Gnawa) 음악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유럽이 뒤섞인 복합적 문화가 자라났습니다. 오늘날 에사우이라는 이 세 가지 전통적 자산을 현대 관광에 결합해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흰 벽의 아름다운 도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부들의 규범, 음악가들의 축제, 서퍼와 윈드서퍼가 어울려 살아가는 현재형 해안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해양생계와 전통어업

에사우이라는 수 세기 동안 어업이 도시의 핵심 생계 기반이었습니다. 대서양 연안의 풍부한 어장은 작은 어선과 공동체 기반의 어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사르딘과 멸치 같은 소형 어류가 지역 경제를 지탱했습니다. 특히 이곳의 어업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세대를 이어온 공동 규범과 협동 방식이 돋보입니다. 어부들은 특정 계절과 날씨에 따라 어획량을 제한하고, 공동체 차원에서 불법 남획을 제재하는 규범을 지켜왔습니다. 이는 과학적 규제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지역적 지혜로 자원을 보존해 온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산업적 어업이 확대되면서 자원 고갈의 위기가 닥쳤습니다. 에사우이라의 어부들은 소규모 선단으로는 경쟁하기 어렵게 되었고, 해안 도시의 생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당국과 국제 해양 보존 기구는 어획량 제한, 특정 해역의 보호구역 지정, 전통 어업 기술 전승 지원을 병행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예컨대 일부 해안은 소규모 전통 어부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되었고, 이는 지역 어민 공동체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장치로 작동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관광과 어업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방문객이 어부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가 조업 과정을 체험하거나, 항구에서 직접 잡아 올린 생선을 시장에서 맛보는 경험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수익 다변화에 그치지 않고, 어업 공동체가 자신들의 규범과 지혜를 세계인에게 직접 알리는 교육적 효과도 가집니다. 즉, 에사우이라의 전통 어업은 과거의 생존 수단에서 오늘날 지속가능한 관광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는 셈입니다.

음악·문화(그나와)의 세계화

에사우이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음악입니다. 특히 그나와(Gnawa) 음악은 모로코 전통음악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무역을 통해 건너온 이들이 전한 리듬과 선율은 아랍·베르베르 음악과 융합하며 에사우이라에서 꽃피웠습니다. 반복적인 리듬과 깊은 베이스, 영적 의례를 겸한 공연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그나와 음악은 세계적인 월드뮤직 장르로 성장했습니다. 에사우이라에서 매년 열리는 그나와 세계 음악 페스티벌(Gnawa and World Music Festival)은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도시 경제와 문화 교류의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공연 무대를 넘어, 전통 예술과 현대 음악의 융합 실험장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드럼과 재즈, 록 밴드와 그나와 악기가 함께 연주되는 무대는 문화 혼합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음악의 산업화에는 고민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전통 의례적 성격이 희석되고, 상업적 공연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지역 음악인들과 축제 운영자들은 균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축제는 대규모 무대 공연 외에도 소규모 워크숍과 전통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그나와 음악의 영적·공동체적 의미를 보존하려 합니다. 또한 지역 청년들이 직접 음악 산업에 참여하도록 지원해, 단순 소비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와 계승의 기회를 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에사우이라의 그나와 음악은 세계화와 지역 전통의 사이에서 긴장을 겪으면서도,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 자산이자 관광 동력으로서 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단순한 공연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글로벌 교류의 다리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에사우이라는 독특한 문화적 브랜드를 확립했습니다.

바람관광과 지역 보존의 균형

에사우이라는 바람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강한 대서양 바람은 오랫동안 어업과 항해를 도왔지만, 오늘날에는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 같은 레저스포츠의 천혜 조건으로 평가받습니다. 전 세계의 서퍼들이 바람과 파도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으며, 이는 도시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항구 근처 해변에는 매일같이 서퍼들이 모여들고, 국제 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와 해양 스포츠의 확산은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새로운 압박을 주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이나 환경오염은 어업과 자연 보존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고, 전통적 생활방식과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에사우이라는 바람관광을 단순한 소비형 스포츠로 내버려 두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예컨대 일부 서핑 스쿨과 리조트는 ‘에코-서핑’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해변 청소 활동이나 해양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관광 체험에 포함시키고, 지역 주민 고용을 통해 수익이 공동체로 환원되도록 설계합니다. 또한, 서퍼와 어부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해역 구분 규칙을 마련해 충돌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바람관광을 도시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바람이라는 자연 조건이 단순한 스포츠 자원이 아니라, 도시 정체성의 일부로 재해석된다는 점입니다. 바람은 어업을 돕고, 항해를 가능하게 했으며, 오늘날에는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들입니다. 동시에 그 바람은 문화와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서, 에사우이라의 삶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바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사우이라는 단순히 ‘예쁜 해안 도시’가 아닙니다. 바람, 어업, 음악이라는 세 가지 축이 서로 맞물려, 독창적이고 복합적인 문화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부들의 지혜로운 규범, 그나와 음악의 세계화, 바람을 활용한 관광은 모두 다른 듯하지만, 결국 도시가 지속가능하게 살아가기 위한 전략으로 이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세 요소가 단순히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찾아간다는 점입니다.

콜로니아 델 사크라멘토가 국경의 도시라면, 에사우이라는 바람과 소리의 도시입니다. 여기서는 과거의 생계 수단이 오늘날의 문화유산이 되고, 바람이라는 자연조건이 지역 경제의 자산으로 변모하며, 음악이 지역 정체성을 세계와 연결합니다. 에사우이라의 사례는 세계의 다른 해안 도시들이 직면한 문제—자원 관리, 문화 보존, 관광의 균형—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합니다. 바람과 바다, 사람과 소리가 만든 이 조화로운 리듬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에사우이라를 살아 숨 쉬는 도시로 남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