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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과 장안평, 예술과 기계로 도시를 잇다.

by parttime1 2025. 11. 5.

 

지하철을 기다리는 모습

 

 

 

서울 북쪽의 골목 언덕과 동남쪽의 소음 가득한 거리. 겉보기엔 전혀 닮지 않았지만, 성북동과 장안평은 한 도시의 두 얼굴처럼 서로를 비춘다. 하나는 예술과 시간의 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와 속도의 현장이다. 하지만 두 공간을 걸어보면, 이 둘이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느림과 빠름, 손과 엔진, 붓과 톱이 공존하는 도시. 오늘의 서울은 이 두 축으로 여전히 숨 쉬고 있다. 이 글은 그 사이를 도보로 잇는 여정이다.

성북동, 시간의 결이 남은 골목을 걷다

성북동의 길은 서울에서 가장 느린 속도를 품고 있다. 한양도성의 북쪽 자락, 성북로를 따라 오르면 언덕마다 붉은 벽돌 담과 오래된 한옥이 교차한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해, 성북천을 따라 성북로23길로 접어들면 도심의 소음이 서서히 잦아든다. 걷는 이의 걸음소리만 남는 순간, 이곳이 서울 안의 또 다른 시간대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 골목에는 오래된 예술가의 흔적이 겹겹이 남아 있다. 간송미술관에서는 우리 미술사의 근간이 되는 보물이 조용히 숨 쉬고 있고, 길 건너 윤동주 문학관에서는 시인의 흔적이 도시의 바람 속에 녹아 있다. 골목 중간에 있는 ‘수연산방’은 전통가옥을 개조한 찻집으로, 마당 한쪽에서 나는 차 향기가 골목 전체로 번진다. 사진 포인트는 성북로23길 언덕 중간의 돌담길이다. 낮에는 햇살이 담장 위로 흘러내리고, 해 질 녘에는 노을빛이 담장의 그림자를 길게 늘인다. 카메라가 없어도 괜찮다. 이 풍경은 눈으로만 봐도 오래 남는다. 성북동의 매력은 건물이나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 남은 ‘시간의 질감’이다. 이곳을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정적은, 빠르게 변하는 서울 속에서 유일하게 멈춰 있는 순간이다. 찻잔의 온도와 바람의 방향, 벽돌 틈새의 이끼까지 느껴지는 골목. 이 느린 시간은 결국 서울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장안평, 엔진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거리

성북동에서 느림을 걸었다면, 장안평에서는 속도의 언어를 배운다. 5호선 장안평역 6번 출구로 나오면, 철제 파이프와 자동차 부품이 쌓인 창고들이 줄지어 있다. 공기 중에는 기름 냄새가 묻어 있고,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하루 종일 이어진다. 이곳은 1970년대 이후 서울의 ‘자동차 심장’으로 불렸다. 자동차 매매시장과 부품상가, 정비소가 한데 모인 거대한 공업지대였다. 지금은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수백 개의 소규모 공장이 움직이고 있다. 장안평의 골목을 걷다 보면, 쇳소리와 사람의 외침, 그리고 라디오 음악이 한꺼번에 뒤섞인다. 그 혼잡함이 바로 장안평의 리듬이다. 도보 루트는 장안평역 6번 출구에서 장안평중고차매매단지를 지나, 장안로9길을 따라 동대문자동차종합상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약 1시간 코스로, 길을 걷는 내내 정비공들이 차량을 고치거나 부품을 옮기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 포인트는 장안로 중앙의 ‘장안평자동차전시장’ 앞 교차로다. 금속의 반사광과 푸른 간판 불빛이 어우러져 독특한 야경을 만든다. 해가 진 뒤에는 길가 포장마차에 들러 ‘장안곱창’ 한 접시를 맛보는 게 좋다. 기름 냄새와 불향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정비공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누는 웃음이 들린다. 이곳의 밤은 엔진이 멈춘 뒤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예술과 산업, 서울의 두 심장을 잇는 길

성북동과 장안평은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이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의 본질은 이 두 곳을 함께 보아야 이해된다. 하나는 인간의 손끝에서 피어난 감성과 기억의 도시, 다른 하나는 기계와 기술이 만들어낸 생계의 도시다. 두 구역을 연결하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은 ‘서울 도심 순환 도보 루트’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시작해 성북동 골목을 오르고, 버스로 왕십리역을 지나 5호선 장안평역으로 이어지는 경로다. 이 루트는 느림에서 속도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하는 도시의 시간축을 체험하게 해준다. 성북동의 벽돌 담과 장안평의 철제 구조물은 모두 ‘서울이 만들어낸 손의 결과물’이다. 전자가 기억을 쌓는다면, 후자는 도시를 움직이게 만든다. 서울은 이 둘 사이에서 매일 균형을 잡는다. 사진가라면 두 장소를 하루에 모두 방문해보자. 오전의 부드러운 햇살은 성북동의 담벼락을 비추고, 오후의 기울어진 빛은 장안평의 금속 표면에 반사된다. 같은 도시의 빛인데, 전혀 다른 표정을 띤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기억하고 싶은 건, ‘서울의 본모습은 언제나 사람의 일상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성북동의 찻잔과 장안평의 스패너, 둘 다 똑같이 도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뜻 상반된 두 공간이지만, 결국 서울은 그 두 결이 얽혀 만들어진 직물 같은 곳이다. 예술과 노동, 정적과 소음이 한 도시에 공존한다는 것, 그것이 서울이 여전히 흥미로운 이유다.

 

도보 정보
성북동 루트: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 성북로23길 → 수연산방 → 간송미술관 (도보 약 1시간 20분)
장안평 루트: 장안평역 6번 출구 → 중고차매매단지 → 장안로9길 → 동대문자동차상가 (도보 약 1시간)
추천 방문 시간: 오전 성북동 / 오후 장안평
사진 포인트: 성북로 돌담길, 윤동주 문학관, 장안평 전시장 앞 교차로
추천 체험: 활판 인쇄 엽서 만들기(성북동 일대), 자동차 부품 조립 체험(장안평 공방), 포장마차 거리 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