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설레지만, 그 설렘만큼 복잡한 것이 짐 싸기입니다. 짐을 너무 많이 싸도, 너무 적게 싸도 문제죠. 여행 초보 시절에는 '혹시 모르니까'라는 생각으로 가방을 가득 채웠고, 한때는 '미니멀하게'를 외치며 필수품조차 빼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실패를 통해 저는 자신에게 맞는 짐 싸기 방식을 찾아갔고,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도움 될 수 있는 실전 노하우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겪은 실패담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통해, 저만의 짐 싸기의 핵심 노하우를 공유하려 합니다.
미니멀리즘의 함정: 적게 싸다 낭패 본 순간들
미니멀리즘은 멋집니다. 가볍고, 자유롭고, 간편하죠. 하지만 그것이 항상 좋은 선택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첫 유럽 자유여행을 떠났을 때, ‘짐은 최대한 줄이자’는 생각으로 반팔 두 장, 속옷 세 장, 청바지 한 벌, 외투 하나, 이렇게만 챙겼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여행 3일째부터 옷이 땀에 젖어 불쾌했지만, 여분이 없어 갈아입을 수 없었고, 호스텔에 묵다보니 세탁기나 건조기를 쓰는 것도 어려웠고 제가 여행했던 당시에는 유럽의 코인세탁소는 생각보다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미니멀하게 짐을 쌀 때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일정 중 세탁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둘째, 날씨에 따라 옷을 레이어드 하거나 교체할 수 있어야 하며, 셋째, 활동량이 많거나 땀이 많은 사람이라면 예비 옷은 필수입니다. 저는 그 이후, 기본 세트에 1세트 여분을 챙기고, 속옷이나 티셔츠처럼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 옷은 2개 정도 추가합니다. 미니멀도 전략적으로 해야 여행의 퀄리티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잉 준비의 대가: 짐이 주는 불필요한 스트레스
대학생 시절 첫 해외여행이었던 태국 여행. 당시엔 인터넷 정보도 부족했고, '없으면 큰일'이라는 불안에 휩싸여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용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큰 용량의 샴푸와 린스, 두꺼운 여행 서적 2권, 플러그 어댑터 여러 개, 멀티탭, 심지어 쓸지 안 쓸지도 모르는 물놀이 용품까지. 캐리어는 출발 전부터 23kg에 가까웠고, 매일 숙소를 옮기는 스케줄 속에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일은 고역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건, 그중 실제로 사용한 물건은 절반도 안 됐다는 점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리스트를 세 번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1차는 필요한 모든 것을 떠올려 적고, 2차는 ‘정말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줄이며, 3차는 무게와 부피까지 고려해 최종 결정합니다. 현지에서 구매 가능한 생활용품들은 굳이 무겁게 가져가지 않고, 전자기기는 멀티포트를 활용해 최소화합니다. 여행은 자유로워야 하며, 불필요한 짐이 그 자유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패 끝에 남은 실전 노하우 5가지
여러 번의 짐싸기 실패는 결국 저만의 짐 싸기 공식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여기, 여행의 성격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핵심 원칙을 소개합니다. 첫째, 옷은 하루 세트 + 여분 1세트 원칙입니다. 일정에 따라 하루당 옷 한 벌을 기준으로 하고, 예비용 한 벌을 추가로 준비하면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 가능합니다. 둘째, 용도 중복은 피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후드티는 외투 역할도 하고, 비행기 안에서 담요처럼도 사용할 수 있죠. 셋째, 전자기기는 통합하라. 충전기는 USB 멀티포트를 활용하고, 국가별 플러그는 1개만 챙겨 멀티탭으로 확장하면 효율적입니다. 넷째, 짐은 80%만 채워라. 기념품이나 예기치 못한 구매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다섯째는, 항상 짐을 한 번 줄이는 시간을 가져라입니다. 다 챙기고 나서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다시 짐을 점검하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반드시 보입니다. 짐 싸기는 스킬이며, 그 스킬은 경험과 실패에서 나옵니다. 완벽한 짐 싸기는 없지만, '후회 없는 짐 싸기'는 가능합니다.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가 아니라 짐을 싸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물건을 챙기느냐에 따라 여행이 가벼워질 수도, 무거워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짐 싸기에서의 크고 작은 실패를 통해,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본질’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여행지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짐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이번 글이 여러분의 다음 여행 준비에 있어, 꼭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