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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마루, 빅토리아 건축과 스팀펑크 펭귄 여행

by parttime1 2025. 8. 26.

오아마루의 리틀 블루 펭귄
오아마루의 리틀 블루 펭귄

 

뉴질랜드 남섬 동해안의 소도시 오아마루는 흔히 ‘화이트스톤 시티’로 불립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석회암 건축이 밀집해 있어 마치 19세기 시간여행을 온 듯한 분위기를 주며, 동시에 스팀펑크라는 독창적인 아트 커뮤니티가 결합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 이미지를 형성했습니다. 여기에 야생 ‘리틀 블루 펭귄’의 서식지가 있어 생태관광까지 더해지며, 여행자가 여러 가지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복합적 매력을 제공합니다. 이 글에서는 오아마루의 석회암 건축미학, 스팀펑크 문화 운동, 그리고 펭귄 생태관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탐구를 진행합니다.

화이트스톤 도시경관의 탄생

오아마루가 ‘화이트스톤 시티’라는 별칭을 얻게 된 배경에는 지역에서 채굴되는 백석(석회암)이 있습니다. 오아마루의 석회암은 밝은 크림색을 띠며 가공이 용이하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건설된 은행, 법원, 상점, 창고 건물들은 이 석재로 지어져, 오늘날까지도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건축 박물관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단순히 미학적 가치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야망을 반영합니다. 특히 오아마루의 항만과 연결된 석재 건축물들은 식민지 시기 뉴질랜드가 세계 경제에 편입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국풍의 아치, 기둥, 페디먼트 장식은 본토 건축 양식을 충실히 계승했으나, 재료는 현지의 석회암을 사용함으로써 ‘이식된 제국양식과 토착 자원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현재 오아마루는 이러한 건축 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재활용 건축경관’으로 활용합니다. 옛 은행 건물은 카페나 갤러리로, 창고는 소규모 숍이나 전시장으로 탈바꿈하여 과거의 유산이 현대 도시 경제와 문화 콘텐츠로 재가공되는 것입니다. 이는 ‘레트로-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도시 차원에서 실험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단순한 구경을 넘어, 실제 소비와 체험을 통해 역사적 경관을 살아있는 자산으로 느끼게 됩니다.

스팀펑크, 시민이 만든 브랜드

오아마루가 단순히 역사도시에 머물지 않고 독창적 개성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스팀펑크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스팀펑크란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증기기관과 빅토리아적 미학을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는 예술·문화 운동으로, 오아마루는 이를 도시 전체의 브랜드로 발전시킨 대표적 사례입니다. 스팀펑크 HQ라는 전시공간은 옛 철도 창고를 개조해 만들어졌으며, 거대한 기계 조형물과 증기기관을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은 관광객에게 단순한 관람의 장을 넘어 ‘참여형 놀이터’를 제공합니다. 방문객은 직접 기계 장치와 상호작용하거나, 야간에 불빛과 연기가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스팀펑크가 단순히 외부 투자나 대규모 개발이 아니라 지역 예술가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주민들은 헌 물품과 폐자재를 활용해 의상, 장식, 작품을 만들었고, 이를 공유하며 커뮤니티 기반의 창조적 에너지를 도시 정체성으로 확산시켰습니다. 매년 열리는 스팀펑크 축제에는 코스튬 퍼레이드, 마켓, 라이브 공연이 어우러지며, 오아마루는 ‘세계 스팀펑크의 수도’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교훈은 ‘소도시도 독창적 문화 자원을 통해 세계적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도시 중심의 관광·문화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소도시가, 스토리텔링과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 오아마루의 강점입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축제'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차별적 가치가 있습니다.

펭귄과 항구: 생태관광의 윤리

오아마루의 또 다른 강점은 ‘리틀 블루 펭귄’ 서식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이들은 해안 절벽과 항구 주변에 집단 번식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일몰 무렵 바다에서 집단 귀환하는 모습은 여행자에게 잊을 수 없는 장관을 선사합니다. 지역사회는 이를 단순한 관람 상품화로 끝내지 않고, 보존과 관광의 균형을 모색했습니다. 오아마루 블루 펭귄 보호센터는 펭귄의 이동 경로와 번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보드워크와 관람석을 마련해, 인간이 자연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더 나아가 관광 수익 일부는 펭귄 보호 활동과 서식지 연구에 재투자되어, 관광과 생태 보존이 상호 순환하는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방문객들이 단순히 귀여운 펭귄을 관람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펭귄과 그들의 서식지를 보존하는 일에 동참하는 참여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적 요소도  제공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아마루의 펭귄 관광이 단순히 ‘자연 생태 쇼’가 아니라 도시 역사와도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과거 항만 시설과 창고지대가 오늘날에는 펭귄 서식지와 접해 있어, 산업과 자연, 과거와 미래가 맞닿는 공간이 됩니다. 이는 오아마루라는 도시가 건축, 문화, 자연을 결합하여 ‘다층적 경험’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오아마루는 백석 건축이 만든 역사적 도시경관, 스팀펑크 커뮤니티가 주도한 창조적 문화브랜딩, 그리고 리틀 블루 펭귄의 생태관광이라는 세 가지 층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소도시입니다.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거나 동물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와 방문객이 함께 어울려 ‘살아있는 문화·자연 실험실’을 만들어가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뉴질랜드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단순한 대도시 관광 대신 오아마루에서 역사·문화·생태가 어우러진 다층적 경험을 직접 느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