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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독립서점과 출판사 여행기

by parttime1 2025. 8. 6.

책이 쌓인 서점의 모습
책이 쌓인 서점의 모습

 

전주는 맛과 전통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그 안을 천천히 걷다 보면 책이 만들어낸 조용한 온기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한옥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보이는 서학동 책방 거리, 오래된 골목 안에 자리한 독립서점들, 그리고 지역 출판사들이 이어가는 전주의 책문화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도시를 읽는 새로운 방법이 됩니다. 이번 여행은 책을 통해 도시의 결을 따라가는, 조용하고 깊은 전주 여행입니다.

전주의 책방은 골목에서 시작된다

전주의 책방 여행은 화려한 간판이나 대형서점이 아니라, 골목에서 시작됩니다. 그중에서도 서학동 예술마을은 전주의 책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동네입니다. 이곳에는 작은 갤러리와 공방, 그리고 독립서점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각각의 공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곳은 ‘책방 토닥토닥’. 이름처럼 책과 사람을 토닥이는 듯한 분위기의 서점으로, 대부분 에세이와 인문서, 시집 같은 조용한 책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지 책을 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책과 함께 조용히 쉬어가기 위해 들릅니다. 특히 책방의 한쪽에는 독립출판물과 전주시민이 만든 소책자도 마련되어 있어, 이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는 기회가 됩니다. 또 다른 예로, ‘우드북’은 목공예와 책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입니다. 책꽂이 하나까지 손수 만든 이 서점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파는 일 이상으로 ‘공간을 큐레이션 한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이곳은 전주의 느린 호흡과 잘 어울리는 장소입니다. 전주의 책방들은 책을 판매한다기보다는 독자에게 책을 제안하는 것에 가까운 큐레이션을 합니다. 주인이 직접 손글씨로 적은 책 추천, 일주일에 한 권씩 골라 소개하는 책, 계절에 따라 바뀌는 진열 방식. 이 모든 것이 책방을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닌, 전주라는 도시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은 문화공간으로 바꿔놓습니다.

출판으로 이어진 도시의 맥락

전주에는 작지만 묵직한 지역 출판사들이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토닥출판사’는 지역에서 발행되는 독립출판물, 마을 기록집, 지역 청소년의 글을 모은 소책자 등을 발간하며, 단순한 출판을 넘어 지역 아카이빙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책은 전국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않지만, 그 동네 사람들만이 만들 수 있는 고유한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주 서학동을 기록한 마을지, 노인들의 구술을 모은 이야기책, 지역 청년들이 만든 문예지 등은 전주의 정체성과 직접 연결되는 자료입니다. 전주에 머무는 동안, 이런 책 한 권을 고르고 인근 찻집에서 천천히 읽는 일은 그 어떤 관광보다 깊은 경험이 됩니다. 익숙한 여행지로만 알고 있던 전주가, 책을 매개로 낯설고 섬세한 도시로 다시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출판 활동이 자연스럽게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뿐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글을 쓰고, 서점의 모임에 참여하고, 마을 북토크나 낭독회에 얼굴을 내밉니다. 그래서 이곳의 책방과 출판사는 단순히 ‘책을 다루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묶어주는 공동체의 중심입니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전주에서는 책이 하나의 문화가 되며, 그것이 도시의 시간과 함께 쌓이고 있는 중입니다.

책방에서 만나는 사람과 도시의 결

책방은 결국 사람이 만든 공간입니다. 그래서 책방을 걷는 일은 곧 도시 사람들의 기질을 읽는 일이기도 합니다. 전주의 책방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느림’입니다. 손님을 재촉하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커피 내리는 냄새를 함께 즐기는 시간. 대화가 없을 때조차도 공간은 따뜻하게 유지됩니다. 책방 토닥토닥의 주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방은 전주답게 굴고 싶었어요. 조용히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 말처럼 전주의 책방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두르지 않기 때문에, 여행자에게 더 오래 기억되는 여운을 남깁니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작고 조용한 책방은 전주의 일상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책 한 권을 읽으러 오고, 누군가는 새로운 출판물을 묻고, 누군가는 그저 조용히 앉아 있다 갑니다. 이런 풍경은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고, 그 때문에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또한 전주의 책방들은 ‘읽기’를 넘어 ‘함께 만들기’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글쓰기 모임, 낭독회, 독립출판 워크숍 등은 책방의 뒷공간이나 근처 공방에서 이루어지며, 여행자도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책방은 도시의 문화적 흐름이 살아 있는 공간이자, 여행자와 주민이 나란히 앉아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전주의 책방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전주의 책방과 출판사들은 조용하고 깊은 방식으로 이 도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책 구매가 아닌, 도시를 읽는 방법이자 문화를 체험하는 창구입니다. 한옥마을을 다 둘러보고 나면, 골목 안의 작은 책방에 들어가 보세요. 책을 읽는 일이 아니라, 도시를 이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