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거워야 한다’는 전제는 당연하지만, 이제는 거기에 하나 더—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친환경 소비에 관심이 높아진 MZ세대를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며, 지역의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이른바 환경을 위한 선택이 곧 나를 위한 선택인 시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여행지 3곳을 소개합니다. 교통, 숙소, 먹거리까지 친환경 기준으로 꼼꼼히 따져 골랐으니,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을 고민 중이라면 꼭 참고해보세요.
서울: 도심 속에서도 가능한 친환경 라이프
대도시인 서울은 환경 친화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한 도시입니다.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중교통 중심의 이동 수단, 다회용기 사용이 가능한 카페 등 생활 기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친환경 여행의 입문지로 제격입니다.
대표적인 장소는 성수동, 연남동, 망원동입니다. 성수동에는 제로웨이스트 편집숍과 친환경 공방, 다회용기 리필 스테이션이 밀집해 있고, 연남동과 망원동에는 텀블러, 다회용기 지참 시 할인이 제공되는 로컬 카페가 많습니다. 특히 '용기내 캠페인'에 참여하는 매장에서는 자신의 도시락통을 가져가면 포장 음식도 일회용품 없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서울 여행 시에는 카페, 음식점, 체험 장소를 선택할 때 ‘제로웨이스트’ 또는 ‘리필’, ‘친환경’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도움이 됩니다. 에코백, 텀블러, 개인 식기만 챙겨도 여행 중 상당량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으며, 리필스테이션에서는 기존 사용 중인 세제 용기를 가져가면 세제나 섬유유연제 등을 원하는 양만큼 무게 단위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서울은 도심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여행을 실현할 수 있는 드문 도시입니다. 짧은 하루 코스라도 가치 있는 소비와 선택을 해보고 싶다면, 친환경 서울 여행을 추천합니다.
순천: 생태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
전라남도 순천은 ‘생태 수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대표 명소인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동천천변은 차량 없이 도보 또는 자전거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여행 코스를 짜기 용이합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입장 시 일회용 물품 반입을 제한하며, 일부 구역은 친환경 건축물로 조성되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걷는 도시’를 지향해 시티투어 버스 대신 도보 여행자들에게 최적화된 관광 동선을 제공합니다.
또한, 순천에는 지역 농산물로 만든 로컬푸드 레스토랑, 무포장 샵, 제로웨이스트 카페가 늘어나고 있어 자연을 해치지 않는 소비를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습니다. 순천역 근처에는 다회용기 반납함이 설치된 매장도 있어 텀블러나 용기를 대여·회수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한옥스테이 등도 에너지 절약, 철저한 분리수거, 올바른 분리배출, 친환경 세제 사용 등 ‘에코 숙소 인증’을 받은 곳이 다수 존재합니다. 단순히 자연을 구경하는 것이 아닌, 환경과 어우러지는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순천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제주: 지속가능한 섬 여행의 롤모델
제주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지역 차원에서 실험 중인 대표 지역입니다. 특히 일회용품 규제 강화, 친환경 숙소 인증제, 에코로드 조성 등이 활발히 운영되며 국내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가장 잘 실천되고 있는 여행지로 손꼽힙니다.
제주 내에서 가장 눈에 띄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지역은 제주시 구좌읍입니다. 이 지역에는 재활용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비료 만들기 체험 등 여행자가 직접 체험하며 환경을 배울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합니다. 일부 마을에서는 텀블러 대여소, 마을 카페 리유저블 컵 사용 등이 일상화되어 있어 일회용품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습니다.
제주의 많은 숙소는 일회용 어메니티를 비치하지 않고, 리필형 세면도구를 제공하며, 일부는 직접 만든 천연 세제를 사용하는 등 여행자에게 환경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친환경 전기차를 대여하거나, 자전거 혹은 도보로 둘레길을 여행하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또한 ‘청정 제주’를 유지하기 위한 비치코밍 프로그램(해변 쓰레기 줍기)이나 에코투어 가이드와 함께하는 숲 탐방 프로그램은 여행자가 단순 소비자에서 벗어나 지역 환경을 보전하는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제 여행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줄 때입니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이동 수단, 다회용품 사용, 로컬 중심 소비를 실천하는 여행자들이 늘어날수록 지역도 변화하고, 지구도 숨 쉴 수 있습니다. 서울, 순천, 제주처럼 환경을 배려할 수 있는 여행지를 선택하고, 소비의 기준을 '편리함'에서 '상생의 가치'로 바꿔보세요. 작지만 분명한 실천이 쌓이면, 여행은 지구를 지키는 아름다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