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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 골동품이 숨쉬는 대학 도시

by parttime1 2025. 9. 19.

골동품 시장의 모습
골동품 시장의 모습

 

포르투갈 중부에 위치한 코임브라(Coimbra)는 단순한 대학 도시로만 알려져 있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유럽에서도 독창적인 골동품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숨은 보물 같은 곳입니다. 리스본이나 포르투처럼 유명한 관광지의 화려함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코임브라는 포르투갈의 왕조 역사와 학문의 전통, 장인의 손길이 켜켜이 남아 있어 골동품 애호가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오래된 대학 도서관, 은세공 장인의 상점, 그리고 매주 열리는 벼룩시장까지, 코임브라는 물건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기억과 이야기로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단순한 기념품 쇼핑을 넘어 도시의 역사와 일상을 수집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대학 도시가 남긴 지식인의 유산

코임브라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지식의 흔적’이 보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코임브라 대학은 13세기에 설립되어 수많은 학자와 성직자, 귀족을 배출했습니다. 그들이 남긴 유산은 단순히 책이나 논문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학문 공동체의 삶은 책상, 의자, 필기구 같은 일상 도구 속에도 스며들었습니다. 지금도 골동품 상점을 들여다보면 낡은 필사본이나 18세기 지도가 등장하곤 합니다. 당시 교수나 학생들이 사용했던 가죽 표지 노트, 서재 장식품, 학자들이 직접 제작한 도구는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라 학문의 생활사를 증언합니다. 특히 코임브라 대학 도서관 주변의 상점들은 오래된 지도, 학술 교재, 성직자의 서화와 종교 서적을 구비하고 있어 학문과 종교가 뒤섞인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이런 물건을 직접 손에 쥐면 단순히 과거의 지식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삶과 고민을 느끼게 됩니다. 골동품이 단순한 ‘옛 물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임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코임브라만의 매력입니다.

전통 시장과 은세공 장인의 흔적

코임브라의 또 다른 매력은 장인의 도시로서의 전통입니다. 중세 이래 코임브라는 상업 중심지로 성장했고, 특히 은세공과 도자기, 직물 제작으로 유명했습니다. 지금도 도심 골목에는 수 세대를 이어온 은세공 가문이 운영하는 상점이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오래된 성물, 장신구, 식기류는 포르투갈 가정의 생활사와 종교적 전통을 반영합니다. 은촛대나 묵주처럼 단순한 물건조차 가족의 역사와 함께 전해져 내려온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주 주말이면 벼룩시장이 열려 골동품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보물을 제공합니다. 오래된 포르투갈 타일 ‘아줄레주’ 한 조각, 세월이 묻어나는 악보와 악기, 희귀 음반, 낡은 엽서와 사진들은 코임브라 사람들의 삶을 압축한 기록물과도 같습니다. 다른 대도시 시장과 달리 코임브라의 벼룩시장은 대량생산된 상품보다는 생활 속에서 실제 사용된 물건이 많아 더욱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골동품을 고르는 행위가 단순히 쇼핑이 아니라, 그 물건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시간을 고르는 것임을 이곳에서 체험하게 됩니다.

골동품과 음악, 그리고 삶의 향기

코임브라에서 골동품 문화를 말할 때 음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도시는 ‘코임브라 파두(Fado de Coimbra)’라는 독자적 음악 전통으로도 유명합니다. 학생과 교수들이 직접 연주하며 이어온 이 음악은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골동품 상점에서는 파두 관련 물건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기타, 수제 현악기, 20세기 초반에 제작된 희귀 음반, 손으로 쓴 악보들이 그것입니다. 특히 파두 노래책은 당시 학생들이 직접 필사한 경우가 많아,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코임브라의 골동품을 탐험하다 보면 음악이 단순한 예술을 넘어 일상 속에 스며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골동품 상점에서 발견하는 낡은 음반이나 기타는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그 시대 청년들의 목소리와 감정을 담은 기록입니다. 학문, 장인정신,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코임브라의 골동품 문화는 독창적이고,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개성을 보여줍니다. 여행자는 물건을 사는 동시에 과거 사람들의 노래와 정서를 함께 수집하게 되는 경험을 합니다.

 

 

코임브라는 흔히 말하는 ‘대학 도시’라는 틀을 넘어서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골동품 쇼핑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학문과 생활, 음악이 살아 움직이는 역사적 층위를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책과 필사본, 은세공품, 도자기, 음악과 악기까지, 모든 골동품이 도시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골동품 애호가에게 코임브라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역사를 손에 쥐는 특별한 무대입니다. 리스본의 화려함이나 포르투의 활기를 넘어, 진짜 포르투갈의 심층을 탐색하고 싶은 이들에게 코임브라는 더할 나위 없는 목적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