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서부 쿠르제메 지방에 자리한 쿨디가(Kuldīga)는 작은 도시이지만 유럽 문화유산의 독창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 중 하나입니다. 이 도시는 유럽에서 가장 넓은 폭을 자랑하는 벤타 폭포(Ventas Rumba)와 함께, 17~19세기에 형성된 목조 건물 거리로 유명합니다. 자연경관과 전통 건축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도시 풍경을 이루며, 라트비아가 세계에 내세우는 대표적 관광·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쿨디가는 단순히 ‘예쁜 소도시’에 머물지 않고, 강과 수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며, 목재 건축을 어떻게 지켜내는지가 도시 생존과 관광의 관건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여기에는 환경과 유산 보전, 그리고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긴밀히 얽혀 있습니다.
강과 폭포가 만든 도시 풍경
쿨디가의 정체성은 무엇보다 벤타 강과 폭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벤타 폭포는 높이는 크지 않지만, 폭이 약 240m에 달해 ‘유럽에서 가장 넓은 폭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폭포는 자연의 장관일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주민들의 생활과 산업, 그리고 문화적 상징으로 역할을 해 왔습니다. 봄철에는 연어가 폭포를 거슬러 오르며, 이 장면은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과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볼거리가 되어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주민들은 폭포의 물줄기를 활용해 제분소와 작은 공방을 운영했고, 강은 무역과 교통의 동맥 역할을 했습니다.
이 강은 단순히 자연환경이 아니라 도시 경관의 축이었습니다. 쿨디가의 옛 도심은 강과 평행하게 발달했으며, 다리와 수로, 폭포 주변 공간은 사회적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특히 19세기에 지어진 벤타 강의 벽돌 아치 다리는 오늘날까지도 사용되며, 당시의 토목 기술과 미적 감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시는 강과 폭포를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오늘날 관광객들이 마주하는 풍경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사람과 물이 함께 빚어낸 ‘유기적 경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계는 동시에 관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홍수와 침식, 기후 변화는 강의 생태와 도시 기반을 위협해 왔습니다. 라트비아 당국과 쿨디가 시는 하천 환경 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폭포 주변에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생태적 흐름을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의 접근이 늘어날수록 강 생태계와 경관이 훼손될 수 있기에, 수계 관리와 관광의 균형은 쿨디가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 지 오래입니다.
목조 건물 보전의 기술과 사회
쿨디가의 또 다른 얼굴은 목조 건물 거리입니다. 17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건설된 전통 목조 주택들은 당시 라트비아 도시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줍니다. 붉은 기와지붕과 목재 외벽, 그리고 좁은 골목길이 어우러져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적 무대처럼 느껴집니다. 이 건물들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지역의 생활 방식과 문화적 기억을 담은 자산입니다. 그러나 목재 건축은 습기, 화재, 해충에 취약하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와 전문적인 보존 기술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쿨디가에서는 목재 보존을 위한 장기적 전략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여 건물을 복원하고, 현대 기술을 결합해 내구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목재는 가능하면 그대로 유지하되, 부식된 부분만 교체하고 방부·방충 처리를 강화합니다. 또한 건물 소유주들이 자발적으로 보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주민 공동체의 참여 속에서 건축 유산을 지켜나가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목조 건물 보존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 거리들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공간이기도 합니다. 가옥 일부는 카페, 공방, 숙박시설로 운영되며, 주민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에게는 ‘살아 있는 역사’를 보여주고, 주민에게는 정체성을 확인하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 목조 건물의 보존은 기술적 성과를 넘어, 도시의 문화적 연속성을 이어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광·수자원 관리의 접점
쿨디가는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폭포와 목조 거리는 여행객들이 인스타그램에 소개하고 싶은 장소로 자리 잡았고, 라트비아 국내외 방문객들이 늘면서 지역 경제도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특히 도시는 단순한 관광 소비를 넘어, ‘자연과 문화가 연결된 체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을 따라 걷는 도보 코스와 목조 건물 투어, 전통 음식 체험은 관광객에게 이곳만의 독창적 매력을 전달합니다.
그러나 관광 성장은 동시에 수자원과 경관 관리의 부담을 키우기도 합니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강 주변의 환경 훼손과 쓰레기 문제, 목조 건물의 과도한 상업화 등이 우려됩니다. 이에 쿨디가 시는 ‘관광 수용력(capacity)’ 개념을 도입하여, 특정 구역의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폭포 주변에는 생태 보존 구역을 설정해 무분별한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또한 관광 수익의 일부를 수자원 관리와 목조 건물 보존에 재투자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관광과 보존을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로 만듭니다. 관광은 보존을 위한 재원을 제공하고, 보존은 관광의 품질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지요. 쿨디가는 이 균형을 통해 ‘작은 도시가 어떻게 세계적 가치를 가지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쿨디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강과 폭포, 목조 거리, 그리고 주민 공동체가 함께 만든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도시는 자연의 선물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손길이 빚어낸 건축과 생활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관광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지속가능하려면 환경과 문화유산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쿨디가의 사례는 소도시가 어떻게 세계적 유산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의 조화가 만들어낸 이 유기적 경관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