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여행에서 진짜 맛집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검색창에 나오는 식당은 대부분 광고성 콘텐츠이거나 리뷰가 반복된 장소들입니다. 정보가 많을수록 오히려 식당을 선택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지역 사람들의 루틴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이번 장성 여행에서는 장성 시외버스터미널과 읍내를 중심으로 택시기사 세 분께 추천받은 식당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직접 다녀온 결과, 지역색이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었으며 단순한 식사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공간들이었습니다.
1. 장성 읍내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국밥집 – 중앙식당
장성읍 중앙로에 위치한 중앙식당은 외관만 보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오래된 간판, 붉은색 플라스틱 간이천막, 그리고 통유리로 된 출입문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낯선 여행자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묵직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식당 내부는 불필요한 장식 없이 정갈하게 꾸며저 있고, 테이블 간 간격이 여유롭습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암뽕국밥입니다. 지역 특수부위를 활용한 메뉴로, 국물은 된장과 사골을 섞은 듯 진하고 고소합니다. 국밥 속 고기는 부드럽게 삶아져 있으며, 국물 맛은 짜지 않지만 깊이가 있습니다. 함께 제공되는 수육은 묵은지, 무말랭이 김치와 함께 먹었을 때 훨씬 맛이 살아납니다. 식사는 빠르게 나오고, 테이블 회전율도 빠른 편입니다. 외지인은 찾기 어렵지만 장성 지역민에게는 매우 익숙한 공간처럼 보였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중년 이상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서며 말없이 식사를 마칩니다. 오로지 국밥 한 그릇의 온도와 짠맛, 깊이만이 또렷하게 기억되는 식당이었습니다.
2. 장성역 앞 골목에서 만난 기사식당 – 삼진기사식당
장성역 인근에 위치한 삼진기사식당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곳으로, 동네 주민과 택시기사들이 오랜 기간 이용해온 장소입니다. 외관은 기사식당 특유의 무심함이 있고, 간판 아래에는 전화번호 하나만이 붙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노란 형광등 아래 따뜻한 밥냄새가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청국장백반과 제육볶음입니다. 청국장은 향이 강하지만 잡내는 없고, 국물은 걸쭉합니다. 이 집의 압권은 제육볶음이었습니다. 윤기가 흐르고 탄력이 느껴지는 쌀밥과, 고기 식감이 탱글 하게 살아 있으며 고추기름이 배어 있는 제육볶음의 궁합은 환상적입니다. 볶음요리 특유의 불맛이 깔려 있어 단순한 도시락집 스타일과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기본 반찬은 날마다 바뀌고 방문한 날은 계란말이나 도라지무침처럼 기본에 충실한 가짓수가 6가지 이상 나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문받는 이모님의 속도감과 친절함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특별한 유행 없이, 그저 한 끼를 단단하게 책임지는 식당의 본질을 보여주었습니다. 역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뛰어나며, 식사를 마치고 나와 다시 버스터미널 방향으로 이동하기에도 편리했습니다.
3. 장성 시청 앞에서 점심시간 줄 서는 식당 – 장성식당
세 번째로 찾은 식당은 기사님 세 분 중 두 분이 공통으로 언급한 곳으로 장성군청 바로 맞은편에 있는 장성식당입니다. 외부 간판이 큼직하게 정돈되어 있어 눈에 잘 띄며,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이미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식당 내부는 꽤 넓고 테이블 수가 많지만, 12시 전후에는 만석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불백정식으로 숯불향이 배인 돼지불고기가 메인으로 제공되며, 계란찜과 된장국, 계절 반찬 7종이 함께 차려집니다. 불고기 양념은 너무 달지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아서 식사 내내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불맛이 은은하며 벤 고기는 결이 살아 있고 육즙이 남아 있어 씹는 맛이 충분했습니다. 특히 이 식당의 장점은 맛 외에도 안정적인 운영과 서비스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사를 위한 테이블 세팅이 빠르고 매끄럽게 차려졌고, 손님들이 몰려드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사 분위기가 조용하게 유지되는 곳이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인근 관공서, 서점, 시장 등을 도보로 둘러볼 수 있어, 여행자의 루트 구성에도 적합합니다. 점심 한 끼로 지역민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장성 여행은 특별한 계획 없이 출발했지만, 택시기사분들의 추천 맛집을 따라 다닌 하루는 지역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블로그나 SNS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식당들의 매력이었습니다. 이곳들은 화려하거나 이색적인 맛집은 아니었지만, 한 끼 식사에 대해 진심을 담은 장소들이었습니다. 식당 외관도 평범했고, 메뉴도 특별하지 않았지만, 한 끼 식사 후 남는 여운이 더 오래 남았다. 다음에 장성을 여행하게 된다면, 검색보다는 먼저 운전석에 앉은 분과 대화해 보십시오. 택시기사님의 한 문장이 가장 정확하고 따뜻한 한 끼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