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중 관광명소만큼이나 흥미로운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현지 슈퍼마켓'입니다. 그 안에는 그 나라의 식문화, 라이프 스타일, 소비 습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저는 여행지에서 마트를 필수 일정으로 넣을 만큼,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와 깨달음을 좋아합니다. 가격, 식재료 구성, 포장 방식, 진열 순서까지도 모두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되어 여행자의 눈에 인상 깊게 남기 때문이죠.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장을 보며 느낀 생생한 경험과,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을 통해 어떤 문화 차이와 놀라움을 발견했는지를 리얼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일본 마트 장바구니: 정갈한 도시락과 편리한 포장
일본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는 호텔 근처 슈퍼마켓이었습니다. 퇴근 후 바로 들른 직장인들, 학교 끝나고 간식 사는 학생들로 붐비는 그 풍경 속에서 저는 조용히 장바구니를 들고 매장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도시락 코너였습니다. 생선구이 정식, 규동, 오므라이스, 초밥 도시락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400엔~700엔 사이로 저렴했습니다. 놀라웠던 건, 각각의 도시락마다 ‘제조 시각’이 적혀 있었고, 4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자동 할인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신선도와 효율을 모두 고려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포장 방식입니다. 야채나 과일은 대부분 1~2인 가구를 위한 소량 포장이 기본이며, 낱개 포장이라도 매우 정갈하고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딸기 한 팩을 사더라도 비닐로 포장된 상자 안에 정렬된 상태로, 모양이나 크기가 균일하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장바구니에는 우유 200ml 1개, 초밥 도시락, 샐러드, 온천달걀, 컵라면 2개, 생과일 젤리 등을 담았고, 총금액은 약 1,500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적정량을 정갈하게 소비한다’는 일본의 문화가 그대로 느껴졌던 쇼핑이었습니다.
독일 마트 장바구니: 무게 중심의 합리적 소비
독일 베를린의 대형 슈퍼마켓 ‘REWE’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합리적 실용 중심’이라는 키워드였습니다. 넓은 매장 한쪽에는 빵과 유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가공식품보다는 직접 조리할 수 있는 기본 식재료가 훨씬 많았습니다.
제가 담은 장바구니에는 통밀빵 1봉, 슬라이스 햄, 고다치즈, 무가당 요거트, 병우유, 그리고 사과 2개와 바나나 몇 개가 포함되어 있었고, 총가격은 약 8유로. 양은 한국에서 대형 마트에서 장 보는 양과 비슷하지만, 포장 방식은 거의 모두 종이 혹은 유리병 형태였고, 비닐 사용은 최소화되어 있었습니다.
무게 중심의 포장과 가격 책정도 눈에 띄었는데, 바나나는 ‘개수’가 아니라 ‘무게’ 기준으로 계산되며, 정육이나 치즈도 그람 단위로 판매되어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했습니다. 직원들은 대체로 포장을 도와주지 않고, 손님이 직접 가져온 장바구니에 담는 모습은 일상인 듯 자연스러웠습니다.
이러한 독일 마트의 장보기 경험은 ‘환경친화적 소비’와 ‘합리적 소비’라는 철학이 일상에서 얼마나 철저하게 지켜지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태국 마트 장바구니: 저렴하지만 다채로운 풍미의 세계
태국 방콕의 슈퍼마켓 ‘Big C’에서의 장보기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다채롭고 저렴한’ 경험이었습니다. 입구부터 향신료 냄새가 퍼지고, 진열된 물건들은 색감부터 포장까지 매우 다채로웠습니다.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으로, 소소한 물건을 마음껏 담아도 부담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담은 장바구니는 즉석 볶음밥 1팩, 망고주스 1병, 생망고 3개, 팟타이 소스, 라면 3종, 코코넛 밀크, 로띠 믹스, 그리고 유명한 ‘마마라면’ 5개 세트. 이 모두의 가격이 한화로 약 9,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태국 마트에서 놀랐던 점은 진열 방식이었습니다. 식재료가 ‘요리법’이나 ‘테마’별로 진열되어 있었고, 한국처럼 ‘냉장식품’, ‘가공식품’으로 단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팟타이 코너에는 면, 소스, 고추, 땅콩, 라임즙이 한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매우 효율적인 분류법이라 감탄이 나왔습니다.
또한 마트 내에 푸드코트가 함께 운영되며, 장을 보다가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전통시장과 현대식 대형마트가 공존하는 느낌이었죠. 이처럼 태국의 슈퍼마켓은 맛과 가격, 체험 요소까지 모두 만족시켜 주는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현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다는 건 단순히 음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라이프스타일을 장바구니에 담아보는 일입니다. 같은 물건도 국가마다 포장 방식이 다르고, 소비 방식이 다르며, 진열하는 방식조차 문화의 일면을 드러냅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꼭 한 번 장바구니를 들고 현지 슈퍼에 들어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 안에 숨어있는 작지만 확실한 진짜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