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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룩 섬에서 배를 짓다 필리핀 북부 루손 인근의 외곽 섬, 마라룩(Maraluk Island)은 관광보다 생계와 전통이 중심인 섬입니다. 이곳에서는 대대로 전해지는 전통 목선 ‘방카(Bangka)’ 만들기 문화가 오늘날에도 살아 있습니다. 기계와 공장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이어지는 이 기술은 섬의 생존을 떠받치는 지혜이자, 지역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이 글은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은 마라룩 섬의 전통 배 제작 문화를 조명합니다.나무에서 배가 되는 순간, 마라룩의 조선기술마라룩 섬에서 배를 만드는 작업은 단순한 제작이 아니라 삶의 연장입니다. 이 지역의 조선 기술은 최소 3대 이상을 거쳐 구전되어 온 것으로, 섬 주민들은 별도의 설계도 없이도 손과 기억만으로 배를 짓습니다. 핵심은 지역에서 채취한 ‘나라(Narra)’나무나 ‘마.. 2025. 7. 19.
시아르가오 섬의 서핑 너머 삶 시아르가오 섬은 '필리핀의 서핑 수도'로 알려졌지만, 서핑 뒤에 숨은 로컬 사람들의 삶은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습니다. 파도를 따라 떠오른 섬의 이면에는 자연에 기대 사는 공동체,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변화하는 해녀와 어부, 그리고 속도를 늦춘 삶의 방식이 존재합니다. 이 글은 관광 중심이 아닌 '서핑 너머의 시아르가오'를 소개합니다.서핑 수도의 이면, 섬 아이들의 아침시아르가오 섬의 가장 붐비는 시간은 새벽과 아침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서핑 관광객의 물살 아래에는 조용히 하루를 준비하는 섬 아이들의 아침이 있습니다. 섬 동쪽 작은 어촌 부두에선 해가 뜨기 전부터 조개를 줍는 아이들과 바구니를 든 할머니가 함께 등장합니다. 이곳 아이들은 정규학교를 다니면서도 아침마다 바닷가를 지나 조개, 작은 게,.. 2025. 7. 19.
칼라윗 섬에 사파리가 있다 필리핀 팔라완 북부에 위치한 칼라윗 섬(Calauit Island)은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아프리카 사파리 동물이 서식하는 섬입니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환경보호와 생물 다양성 보존의 실험장이 된 이 섬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낯선 생명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문한 이들이 강렬한 인상을 받는 곳, 칼라윗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섬의 풍경은 단순한 이국적 체험을 넘어, 인간이 자연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도 기능합니다.아프리카에서 온 동물들, 칼라윗의 특별한 시작칼라윗 섬의 사파리는 단순한 동물원이 아닙니다. 1976년, 당시 마르코스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기린, 얼룩말, 임팔라 등을 필리핀으로 옮겨 팔라완 칼.. 2025. 7. 18.
청정지역 시부얀 섬에 머무는 법 필리핀 롬블론 주의 시부얀 섬(Sibuyan Island)은 ‘필리핀의 갈라파고스’로 불립니다. 외부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이 섬은 놀라울 정도로 순수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형 리조트나 고급 호텔 없이도 이곳이 꾸준히 자연 탐험가들과 생태학자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그 ‘원형 그대로의 자연’에 있습니다. 이 섬은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보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원주민과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여전히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마운트 감비, 청정 강, 소규모 공동체의 생태 중심 삶은 시부얀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하나의 배움의 장소로 만들어 줍니다.마운트 감비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숲시부얀 섬의 중심에는 필리핀에서도 가장 험준한 산 중 하나로 알려진 마운트 감비(Mt... 2025. 7. 18.
필리핀 디날루완에서 회복을 배우다 필리핀 레이테 남부 해안에 위치한 조용한 섬, 디날루완(Dinlawaan). 이 섬은 태풍 ‘욜란다(Yolanda)’의 상흔을 고스란히 겪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수년이 흐른 지금, 이 작은 섬은 복원이라는 단어 그 이상의 감동을 품고 있습니다. 물리적 복구가 아닌, 사람들의 감정, 공동체, 기억까지 회복해 낸 장소. 디날루완은 자연재해 이후 삶이 어떻게 다시 피어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살아 있는 회복의 섬’입니다.새벽 바다에서 다시 시작된 삶디날루완은 여전히 어촌입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다를 대합니다. 태풍 욜란다로 바다에 나가던 배들은 모두 침몰하거나 찢어졌고, 오랜 시간 동안 주민들은 바다를 바라보기만 할 뿐, 가까이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어부 셋이 폐.. 2025. 7. 18.
기마라스 섬에서 망고보다 달콤한 하루 필리핀 비사야 제도의 작은 섬, 기마라스(Guimaras).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당도가 높다는 망고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너머엔 더 깊은 ‘단맛’이 있습니다. 망고 나무 아래 조용히 이어지는 섬의 삶, 작은 공방에서 흘러나오는 손의 흔적, 바람과 함께 낮게 말라가는 수공예 바구니들. 기마라스는 단지 열대과일 섬이 아니라, ‘일상의 감각’이 여행이 되는 공간입니다.망고밭의 아침, 기마라스가 내는 첫 향기기마라스 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공기 속에 배어든 망고 향입니다. 섬 전체에 약 50,000그루 이상의 망고 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4월부터 6월 사이 망고 수확철에는 마치 과수원 안에 마을이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줍니다. 농부들은 새벽 5시부터 움직입니다. 아직 햇살이 본격적으로 내.. 2025.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