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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피란의 소금 축제 여행 슬로베니아의 지중해 연안 소도시 ‘피란’은 아름다운 바다와 고풍스러운 도시 건축뿐만 아니라, 수백 년 전통을 지닌 소금 생산지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여름에 열리는 ‘피란 소금 축제(Piran Salt Festival)’는 관광객에게 이국적인 문화 체험과 지역 경제의 뿌리를 동시에 소개하는 귀중한 행사입니다. 소금 축제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역사·생태·음식문화가 어우러진 슬로라이프의 정수를 보여줍니다.피란의 염전 역사와 소금 산업슬로베니아의 피란 염전은 13세기부터 시작된 전통 방식의 해수 염전으로, 아드리아해 연안에서도 가장 오래된 소금 생산지 중 하나입니다. 염전 노동자들은 현재까지도 고대 방식 그대로 ‘플로라(Flora)’라는 얇은 점토층을 활용해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습니다. 이 독특한 생산.. 2025. 7. 25.
소프리스토 아이의 배우는 삶 조지아의 고산 마을 소프리스토에는 학교 종소리보다 먼저 아이들을 깨우는 마을의 리듬이 있습니다. 이곳 아이들은 교과서보다 먼저 빵 굽는 법, 물 긷는 길, 불 피우는 손길을 배웁니다. 놀이와 노동, 배움과 실천이 구분되지 않는 이 마을에서는 삶이 곧 교육이고, 교육이 곧 삶인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소프리스토의 아이들이 어떻게 배움을 체화하며 살아가는지, 도시 교육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자연 기반 공동체 학습을 따라가 보겠습니다.불 옆에서 배우는 시간소프리스토 아이들은 일찍 일어납니다. 해가 뜨기 전, 부모가 장작을 나르는 사이 아이들은 물통을 들고 언덕 아래의 우물로 향합니다. 이 작은 노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심부름이 아닙니다. 언제 얼음이 어는지,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통을 어깨에 어떻게 .. 2025. 7. 25.
조지아 소프리스토 빵의 시간 조지아 북부 고지대에 위치한 소프리스토(Sopristo) 마을. 이곳에서는 전기 오븐도, 냉장 장비도 없이 오로지 나무 장작과 화덕, 손의 기억으로 전통 빵을 만드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마을 여성들이 모여 반죽을 하고 불을 피우고 빵을 굽는 이 과정은 단순한 식사 준비가 아닌 공동체의 리듬이자 삶의 전통입니다. 이 빵은 밀가루와 물, 소금으로만 만들어지지만, 그 안에는 시간, 손, 기억, 계절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이 글은 그 소박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조지아 빵의 깊은 의미를 따라가며 음식 이상의 문화와 사람, 전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불을 준비하는 시간 – 하루가 시작되기 전의 노동소프리스토의 빵 만들기는 이른 새벽, 해가 뜨기도 전부터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도착하는 이들.. 2025. 7. 24.
조지아 목동의 계절을 따라 푸른 능선과 구름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조지아 북동부의 고산 지대인 투셰티(Tusheti)에는 여전히 자연과 계절의 리듬에 따라 이동하며 살아가는 유목 목동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전기, 신호, 편의시설 없이도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그만큼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땅과 하늘의 질서 속에 맞춰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삶을 따라가며, '보이지 않는 리듬을 따라 살아가는 인간의 원형'을 들여다보게 됩니다.길이 열리는 순간, 6월의 이주조지아 투셰티 지역은 겨울이 오면 완전히 고립됩니다. 해발 2,800m에 이르는 아바노 패스(Abano Pass)는 10월부터 눈과 얼음에 뒤덮이며 폐쇄되고, 다시 개통되는 건 보통 5월 말~6월 초입니다. 이 시기, 목동 가족들은 남부 평지에서 트럭과 말을 이용해 투셰.. 2025. 7. 24.
폐교에서 다시 열린 책의 시간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은 인구 2천 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농어촌 마을입니다. 이곳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폐교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과거 '어성초등학교'로 불렸던 이 건물은 학생 수 감소로 2009년에 문을 닫았지만, 지금은 '손양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고 있습니다. 잊혀진 공간이 마을의 문화 중심으로 탈바꿈한 이 사례는 단순한 건물 활용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이 글은 그 공간이 가진 변화의 서사, 주민과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기록한 것입니다.교실은 사라졌지만 책은 남았다폐교가 된 지 10여 년이 흐른 후, 마을 주민들과 귀촌 청년들은 이 공간을 도서관으로 바꾸자는의견에 뜻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더 이상 수업은 없지만, 그 안에 ‘지식’과 ‘기억’을 담을 수는 있다.. 2025. 7. 24.
마늘로 살아가는 마을 이야기 경북 의성군 봉양면은 흔히 '의성마늘의 본고장'이라 불립니다. 이곳은 강한 일조량과 낮은 습도, 배수가 좋은 사질토를 갖춘 지역으로, 마늘 재배에 최적화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마늘이 잘 자란다는 이유만으로 이 마을이 특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의 마늘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생계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상징입니다. 마늘이라는 작물이 어떻게 한 마을을 구성하고, 유지시키는지를 관찰하는 일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선 삶의 체험입니다.마늘 농사는 노동의 연속이다마늘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에 손이 많이 가는 작물입니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 마을 주민들은 종구를 손질하고 밭을 정리합니다. 의성의 마늘은 보통 10월 중순에 심고 이듬해 6월에 수확하게 됩니다. 겨울을 지나는 동안 마늘은 땅.. 2025.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