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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콜로니아 델 사크라멘토, 국경 도시의 시간과 물 우루과이의 콜로니아 델 사크라멘토(Colonia del Sacramento)는 라플라타강을 마주한 작은 항구 도시이지만, 그 안에는 식민지 시대의 권력 투쟁, 물과 함께 살아온 지혜, 그리고 오늘날 문화유산과 관광 사이에서의 균형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1680년 포르투갈이 전략적 요충지로 건설했으나, 곧 스페인과의 치열한 공방전의 무대가 되었고, 그 결과 도시는 복잡한 역사적 구조를 남겼습니다. 좁고 불규칙하게 얽힌 거리 패턴과 요새 흔적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국경의 기억을 담은 지형학적 기록입니다. 그러나 이 도시는 강과 바다의 경계에 놓여 있기에 잦은 홍수와 해수면 상승이라는 현재의 문제와도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콜로니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인기 관광지로 주목받지만, 동시에 물리적·.. 2025. 8. 20.
노르웨이 롱이어비엔, 북극의 삶과 기후변화가 교차하는 공간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중심지 롱이어비엔(Longyearbyen)은 세계 최북단의 거주지 중 하나로, 북극을 이해하는 창구이자 지구 환경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현장입니다. 이곳은 한때 탄광 산업으로 성장했으나, 오늘날에는 과학 연구와 관광,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삶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영구동토(퍼마프로스트) 해빙은 건축물, 인프라, 주민 생활뿐 아니라 관광과 연구 활동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롱이어비엔은 단순히 극지 탐험의 거점이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기후 변화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드러내는 살아 있는 실험장이자 교훈의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북극 생활과 영구동토 변화롱이어비엔의 일상은 극한의 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 2025. 8. 19.
호주 포트 아서, 형벌의 흔적이 남긴 다크 헤리티지의 교훈 태즈메이니아 남동부의 평화로운 해안가에는 유난히 정적이 감도는 마을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울창한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불과 150여 년 전 이곳은 영국 제국의 가장 혹독한 유배지 중 하나였습니다. 포트 아서(Port Arthur)는 19세기 영국에서 태즈메이니아로 보내진 수천 명의 죄수들이 강제 노동과 규율 속에 수용되었던 장소입니다. 현재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호주 죄수 유산(Convict Sites)’의 핵심지로,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관광지가 아니라 범죄·처벌·인권 문제를 성찰하게 하는 다크 헤리티지(dark heritage)의 현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과거 전시로 끝나지 않고, ‘형벌의 장소’를 어떻게 ‘학습의 공간’으로 바꿔낼 수 있을.. 2025. 8. 18.
모로코 아이트벤하두, 흙벽 마을이 세계 영화 속으로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남쪽으로 약 180km, 아틀라스 산맥의 비탈길을 넘으면 모래빛 성벽과 탑이 이어지는 마을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곳이 바로 아이트벤하두(Aït Benhaddou). 11세기부터 형성된 카스르(ksar, 전통 흙벽 요새 마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금은 세계적인 영화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글래디에이터’, ‘왕좌의 게임’, ‘미션 임파서블’ 같은 작품 속 배경으로 등장하며 수많은 여행자를 끌어모았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스크린 속의 명성 뒤에는 전통 보존과 상업화 사이의 미묘한 긴장이 존재합니다.카스르의 역사·건축학적 특성아이트벤하두의 카스르는 흙과 짚, 돌을 섞어 만든 전통 건축물로, 사하라 사막과 아틀라스 산맥 사이의 교역로를 지키는 요새 역할을 해.. 2025. 8. 17.
마다가스카르 일 드 생트마리, 해적의 섬에서 고래의 섬으로 마다가스카르 동해안, 인도양의 푸른 물결 속에 길고 가느다란 섬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현지어로는 노시 보라하(Nosy Boraha), 프랑스어로는 일 드 생트마리(Île Sainte-Marie). 이곳은 한때 17~19세기 해적들의 아지트였고, 지금은 매년 남극에서 찾아오는 혹등고래들의 쉼터입니다. 바람의 방향과 해류의 흐름, 사람의 발길과 고래의 숨결이 교차하는 이 섬은, 역사·생태·관광이 한 자리에서 맞물리는 드문 공간입니다.역사적 항로·해적 유산의 흔적일 드 생트마리의 해적 이야기는 17세기 말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인도양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무역의 중심 항로였고, 수많은 상선이 향신료·금·비단을 싣고 지나다녔습니다. 섬 주변의 얕은 바다와 복잡한 산호초 지형은 대형 군함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 2025. 8. 16.
화산과 바다 사이에 피어난 상필리페의 와인이야기 대서양 한가운데 자리한 카보베르데 포고(Fogo) 섬의 서쪽 해안, 그 푸른 절벽 위에 상필리페(São Filipe)가 있습니다. 이 도시는 단순한 항구가 아닙니다. 수 세기 동안 화산과 바다의 은총을 받으며, 때로는 재앙을 견디고 다시 일어서며, 독특한 와인 문화와 강인한 공동체 정신을 키워 온 곳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면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화산재와 바람, 사람의 손이 함께 빚어낸 레지리언스(resilience)의 서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화산 토양과 포도 재배의 역사포고 섬의 와인 이야기는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카보베르데는 커피 수출로 유명했지만, 포고섬의 일부 농부들은 화산재 토양이 포도 재배에 이상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분화구 주변의 토양.. 2025.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