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38

라오산과 와이트의 지질이 만든 공룡의 이야기 중국 칭다오의 라오산 지대와 영국 남부 와이트 섬은 지도에서 보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 두 지역의 공룡 지층은 지구가 겪어온 전혀 다른 환경 조건을 지금의 여행자에게 생생하게 돌려준다. 라오산은 화강암 봉우리와 해안 단층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질 구조 속에서 중생대 생물 흔적이 ‘지층 사이의 대화’처럼 얇고 단정하게 남아 있다. 반면 와이트 섬은 영국 본토와는 전혀 다른 따뜻한 기후 아래 습지가 넓게 펼쳐졌던 곳으로, 대형 공룡 뼈와 생활 흔적이 한꺼번에 발견되는 곳이다. 두 지역을 나란히 보면, 공룡의 세계가 단일한 환경이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조건에서 확장·적응했는지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된다. 단순한 화석 관광지를 넘어, 중생대 생태계의 상반된 얼굴을 비교할 수 있는 드문 조합이다. 라오산의 단층·.. 2025. 11. 14.
제주 고성리와 파타고니아가 보여주는 공룡의 두 세계 제주 고성리 해안과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평원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공룡이 남긴 흔적을 통해 당시 생태계가 얼마나 달랐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들입니다. 한쪽은 화산섬의 지질이 공룡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기록했고, 다른 한쪽은 초원 지대의 건조한 풍토가 거대한 골격을 거의 온전하게 고스란히 품었습니다. 둘은 방식도, 발견된 화석의 성격도, 보존 전략도 다르지만 여행자가 고대 생태계를 읽어내는 경험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합니다. 두 유적지를 나란히 바라보면, 공룡을 대하는 우리의 상상력이 한층 더 깊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제주 고성리의 미세한 지층 기록과 파타고니아의 압도적 골격이 들려주는 서로 다른 공룡의 세계제주 고성리 화석지의 가치는 단순한 공룡 발자국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발.. 2025. 11. 14.
성북동과 장안평, 예술과 기계로 도시를 잇다. 서울 북쪽의 골목 언덕과 동남쪽의 소음 가득한 거리. 겉보기엔 전혀 닮지 않았지만, 성북동과 장안평은 한 도시의 두 얼굴처럼 서로를 비춘다. 하나는 예술과 시간의 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와 속도의 현장이다. 하지만 두 공간을 걸어보면, 이 둘이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느림과 빠름, 손과 엔진, 붓과 톱이 공존하는 도시. 오늘의 서울은 이 두 축으로 여전히 숨 쉬고 있다. 이 글은 그 사이를 도보로 잇는 여정이다.성북동, 시간의 결이 남은 골목을 걷다성북동의 길은 서울에서 가장 느린 속도를 품고 있다. 한양도성의 북쪽 자락, 성북로를 따라 오르면 언덕마다 붉은 벽돌 담과 오래된 한옥이 교차한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해, 성북천을 따라 성북로23길로 접어들면 도심의 .. 2025. 11. 5.
을지로 3가- 서울의 마지막 산업 골목을 걷다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를 나서면, 서울의 또 다른 시간대가 펼쳐진다. 바로 옆 종로와 명동이 번쩍이는 쇼윈도로 치장된 도시라면, 이곳은 여전히 철과 기름, 잉크의 냄새로 가득한 서울의 내부다. 좁은 골목 안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철판이 빼곡히 세워져 있고, 그 사이로 바람이 불 때마다 금속의 마찰음이 은은하게 울린다. 오래된 건물의 벽면에는 전화번호가 손으로 써진 간판이 붙어 있다. 하나같이 오래된 글씨체지만, 사람의 손맛이 남아 있다. 을지로는 서울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동안에도 ‘손으로 움직이는 도시’로 남은 몇 안 되는 구역이다. 오늘 이 길을 걸으며 듣게 되는 기계의 진동, 인쇄소의 리듬, 낡은 철제 문이 여닫히는 소리들은 서울의 산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철과 잉크의 도시, 손의 기억.. 2025. 10. 25.
엘바섬, 돌아오지 못한 자유의 예행 연습 엘바섬(Elba Island)은 이탈리아 서해안, 토스카나의 남쪽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이다. 면적은 서울보다 작지만, 그 이름은 한 인간의 자유와 권력, 그리고 그 사이의 아이러니를 압축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1814년, 유럽을 뒤흔들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첫 번째로 유배된 곳. 그러나 이 섬에서의 유배는 그에게 종말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다. 그는 패배한 황제가 아니라 ‘작은 왕’으로서 엘바의 행정을 직접 관리하고, 군대를 재조직하며, 섬의 운명을 짧은 시간 동안 바꿔 놓았다. 엘바는 단순히 유배의 공간이 아니라, 몰락 이후 인간이 어떻게 다시 ‘삶’을 만들어가는가를 보여주는 장소였다.몰락의 시작, 그러나 끝은 아니었다1814년 5월, 나폴레옹은 파리에서 퇴위한 뒤 소수의 수행원과 함께 엘바.. 2025. 10. 13.
세인트 헬레나, 황제가 남긴 고립의 섬 대서양의 한가운데, 해류와 바람이 엇갈리는 지점에 세인트헬레나 섬이 있다. 면적은 서울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세계사의 거대한 서사가 이곳에 갇혀 있다. 프랑스의 황제였던 나폴레옹이 마지막으로 머문 곳, 문명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유배의 섬이다. 영국 본토에서 배를 타고 두 달 넘게 항해해야 닿는 이곳은, 인간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였다. 그래서 세인트헬레나는 단순한 지리적 고립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어디까지 고독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지금도 섬은 놀라우리만큼 조용하다. 파도 소리와 새 울음만이 들리는 언덕을 걷다 보면, 시간의 속도가 느려지고 생각이 깊어진다.패배한 황제, 인간으로 돌아가다1815년 워털루에서 패한 나폴레옹은 다시는 유럽 땅을 밟지 못.. 2025.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