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38 타히티, 문명에서 벗어난 예술의 유배지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타히티 섬은 수천 킬로미터의 바다로 둘러 싸인 채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 그러나 그 고립이야말로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화가 폴 고갱은 이 섬으로 향했다. 파리의 예술계와 산업 문명에 염증을 느낀 그는 “진짜 인간의 삶”을 찾아 문명으로부터 스스로를 유배시켜 버렸다. 타히티는 그에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인간 본성으로 되돌아가는 실험의 장소였다. 그가 남긴 말처럼 “나는 원시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오늘날 타히티는 그의 그림 속 색채처럼 찬란하지만, 그 속에는 식민지의 그림자와 예술가의 고독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문명을 떠난 고갱, 타히티로의 도피폴 고갱이 타히티로 떠난 것은 단순한 충동이 아니었다. 당시 파리의 예술계는 인상주의에서 상징주의로 넘어가.. 2025. 10. 11. 백담사, 설악산이 품은 유배와 수행의 길 설악산 깊은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바람의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소음이 사라지고 물소리와 솔바람이 섞이기 시작하면, 그곳이 바로 백담사로 향하는 길입니다. 백담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조선의 유배 문화와 한국 불교 수행 전통이 함께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백 번 머문다’는 이름처럼, 사람들은 이곳을 찾을 때마다 마음을 내려놓고 머물곤 합니다. 고요한 산사와 그곳을 따라 흐르는 계곡, 그리고 그 속에 쌓인 역사적 이야기들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백담사와 역사 속 유배 인물들백담사의 역사는 설악산의 깊은 품속만큼이나 깊습니다. 신라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백담사는 오랜 세월 동안 불교 수행자뿐 아니라, 유배된 인물들에게도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왔습.. 2025. 10. 10. 갈레, 바다와 성곽이 만든 스리랑카의 시간 스리랑카 남서부 해안에 자리한 갈레(Galle)는 바다와 성곽이 만나 독특한 도시 풍경을 이룬 곳입니다. 16세기 포르투갈인에 의해 요새가 세워지고, 이후 네덜란드와 영국이 차례로 점령하면서 갈레는 오랜 세월 동안 해양 교역의 요충지로 기능했습니다. 오늘날 갈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곽 도시로, 아시아와 유럽의 건축과 생활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에게는 이국적 풍경을 즐기는 명소로, 학자들에게는 해양사와 식민지 건축 연구의 현장으로, 현지인들에게는 여전히 살아 있는 일상의 공간으로 기능합니다.성곽 도시의 역사와 건축 유산갈레의 가장 큰 특징은 잘 보존된 성곽과 요새입니다. 포르투갈이 처음 성을 쌓았을 때는 단순한 방어 기지였으나, 17세기 네덜란드가 대대적으.. 2025. 9. 19. 톰발리, 카카오가 만든 마을의 지속가능한 삶 파푸아뉴기니의 톰발리(Tomabli)는 널리 알려진 관광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카카오 농업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생활로 독창적인 정체성을 가진 마을입니다. 세계적으로 커피에 비해 덜 주목받는 카카오 산업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마을 경제와 공동체 문화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농업 기술과 공동체의 협력이 결합되며, 카카오는 단순한 수출 작물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미래를 지탱하는 자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톰발리는 기후 변화, 시장 가격 변동,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속에서도 카카오를 통해 공동체의 회복력을 키워가는 사례로 주목할 만합니다.카카오 농업이 만든 생활의 토대톰발리의 삶에서 카카오는 단순히 수확과 판매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 전반을 지탱하는 토대입니다. 마을의 대다수 가정은 소규모 카카오.. 2025. 9. 19. 헤이온와이, 책이 만든 작은 도시의 기적 영국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경계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 헤이온와이(Hay-on-Wye)는 ‘책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인구는 채 2천 명이 되지 않지만, 헌책방만 수십 개가 모여 있고, 매년 여름에는 세계적인 문학 축제인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이 열립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여행지가 된 이유는 단순히 헌책방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책이 어떻게 도시의 정체성과 경제,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헤이온와이가 어떻게 책을 통해 살아남고, 다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헌책방이 만든 도시 경제의 기적헤이온와이가 지금과 같은 ‘책의 도시’가 된 것은 196.. 2025. 9. 19. 코임브라, 골동품이 숨쉬는 대학 도시 포르투갈 중부에 위치한 코임브라(Coimbra)는 단순한 대학 도시로만 알려져 있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유럽에서도 독창적인 골동품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숨은 보물 같은 곳입니다. 리스본이나 포르투처럼 유명한 관광지의 화려함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코임브라는 포르투갈의 왕조 역사와 학문의 전통, 장인의 손길이 켜켜이 남아 있어 골동품 애호가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오래된 대학 도서관, 은세공 장인의 상점, 그리고 매주 열리는 벼룩시장까지, 코임브라는 물건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기억과 이야기로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단순한 기념품 쇼핑을 넘어 도시의 역사와 일상을 수집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대학 도시가 남긴 지식인의 유산코임브라를 걷다 보면 곳곳.. 2025. 9. 19. 이전 1 2 3 4 5 6 7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