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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야오 성곽과 산시 상인의 금융 혁신 중국 산시성(山西省)의 작은 고도(古都) 핑야오(Pingyao)는 오늘날까지도 완벽에 가까운 성곽 도시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전근대 상업과 금융, 도시 운영 시스템이 결합된 실험장이었습니다. 특히 19세기 중국 상업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한 ‘표호(票號, 드래프트 뱅크)’는 핑야오 출신 산시 상인들의 혁신적 금융 제도로, 오늘날 은행 시스템의 원형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성곽 안에서 금융, 방어, 상업, 축제가 어떻게 얽혀 도시를 유지했는지를 들여다보면, 핑야오는 단순한 역사 도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 경영학의 교과서라 할 수 있습니다.드래프트 뱅크가 바꾼 상업 네트워크핑야오의 이름을 세계 금융사에 각인시킨 것은 .. 2025. 9. 3.
사막의 도시 카샨, 바람탑과 장미수의 지혜 이란 중부 사막의 관문 도시 카샨(Kashan)은 흔히 ‘장미수의 도시’라 불립니다. 그러나 이곳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향이나 정원에 있지 않습니다. 카샨은 혹독한 기후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을 만들어낸 전통 기술의 보고입니다. 바람을 불러들이는 바드기르(바람탑), 중정과 저수조를 통한 패시브 냉방, 그리고 해마다 봄에 절정을 맞는 장미수 증류와 축제는 카샨이 사막에서 어떻게 삶을 이어왔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여기에 상인저택과 카펫·타일 공예가 어우러지며 도시 전체가 생활과 미학의 결합체로 존재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드기르의 과학, 장미수 산업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카샨 상인저택이 보여주는 미학적 경제 구조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바람을 집 안으로: 바드기르와 중정의 과학카샨의 기후는.. 2025. 9. 2.
히바 오아시스의 도시의 물과 흙의 이야기 우즈베키스탄 서부의 히바(Khiva)는 한때 실크로드의 중요한 연결지였던 오아시스 도시로, 오늘날에도 이찬 칼라(Itchan Kala)라는 성곽 도시가 거의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히바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고풍스러운 건축물에 있지 않습니다. 이곳은 사막 기후 속에서도 수백 년 동안 도시를 유지해 온 그들만의 독특한 물 관리 체계와, 흙벽 건축을 이어가는 보존 기술이 결합된 독창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차가운 기후 속에서, 히바 사람들은 관개로를 따라 물을 나누고, 흙벽을 수시로 덧발라 성곽을 지켜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찬 칼라의 건축 논리, 오아시스 관개 시스템, 그리고 해가 진 뒤 드러나는 도시의 야간 생활을 중심으로 히바가 지닌 입체적.. 2025. 9. 1.
셰키 셰베케 창호와 카라반사라이 여행 아제르바이잔 북서부, 코카서스 산맥의 품에 안긴 셰키(Sheki)는 실크로드의 향취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고도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셰키는 단순히 옛 도시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업과 공예, 공동체가 어우러진 역사적 네트워크를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와 유리를 맞물려 만드는 셰베케(shebeke) 공예와, 상인들의 숙소였던 카라반사라이(caravanserai)는 셰키가 가진 독창성을 대표합니다. 오늘날에도 이 도시는 꿀과 헤이즐넛, 슬로푸드 운동으로 새로운 경제적 활기를 이어가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흥미로운 사례로 주목받습니다.셰키 칸 궁전과 셰베케 장인 기술의 계보셰키의 상징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셰키 칸의 여름궁전.. 2025. 8. 29.
브라질 파라치 밀물 거리와 금길 유산 브라질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사이 해안에 자리한 파라치는 한눈에 보기에도 독특한 매력을 품은 도시입니다. 16세기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에 번영했던 항구도시로,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지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운 경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라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밀물 거리’라 불리는 독창적인 도시 설계와 금길(Estrada Real)이라는 무역로, 그리고 카이사라 공동체가 이어온 생활문화입니다. 이 글에서는 파라치의 독창적인 도시 구조와 무역의 흔적, 그리고 전통 공동체와 자연의 공존을 중심으로 도시의 매력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밀물이 들어오는 도시: 조수와 설계파라치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낮과 밤, 혹은 시간대에 따라 풍경이.. 2025. 8. 27.
루체른 호수와 카펠교 중세 골목 여행 스위스 여행을 떠올릴 때 보통 알프스 산맥이나 초콜릿, 시계가 먼저 생각나지만, 루체른이라는 도시는 그 매력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위스 중앙에 자리한 루체른은 푸른 루체른 호수와 중세풍 건축물, 그리고 고요한 산맥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루체른은 단순히 풍경이 아름다운 도시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생활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공간입니다. 이 글에서는 루체른을 대표하는 카펠교와 호수, 구시가지의 골목길을 중심으로 이 도시가 가진 특별한 매력을 살펴보겠습니다.루체른 호수, 도시의 품을 안은 자연루체른 호수는 도시의 가장 큰 보물 중 하나입니다. 알프스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모여 이루어진 이 호수는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여름에는 호숫가에 앉아 산.. 2025.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