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8 제천 구담마을, 물 속에 남은 기억 제천 청풍면의 구담마을은 이제 지도에서도 찾기 어려운 마을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충주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수십 개 마을 중 하나였던 구담은, 비록 수면 아래 잠겼지만, 그 안에 살아있던 사람들, 시간, 풍경은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이 글은 그 기억의 조각을 모아, 구담이라는 마을이 사라졌지만 결코 잊히지 않았음을 기록하는 여정입니다.수몰 전, 구담마을은 어떤 곳이었나충북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 일대에 자리했던 구담마을은 충주호가 조성되기 전까지 농업과 자연 중심의 조용한 산촌 마을이었습니다. 이름 ‘구담(龜潭)’은 거북이가 연못에 몸을 담근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으로, 실제로 마을은 낮은 산들에 둘러싸인 반달형 분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논과 밭은 강.. 2025. 7. 20. 캄풍바루에서 하루를 살아보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중심에는 전통 목조 가옥과 느린 삶이 공존하는 ‘캄풍바루(Kampung Baru)’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초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채, 100년 넘게 원주민 공동체가 살아가는 이 마을은 ‘도시의 심장부에 숨겨진 과거’라 불립니다. 이 글에서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곳에서 하루를 살아본다면 어떤 풍경, 사람, 감각을 만나게 될지를 세 가지 시선으로 풀어보겠습니다.아침, 목조가옥에서 들리는 삶의 소리캄풍바루의 하루는 도시보다 훨씬 느리게 시작됩니다. 알람 소리 대신 닭 울음소리와 나무마루를 밟는 소리가 들리는 이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대문 없는 마당을 오가며 자연스레 인사를 나눕니다. 집들은 대부분 1920~1950년대 지어진 전통 말레이식 목조 가옥으로, 높은 기단 위에 세워져 습.. 2025. 7. 20. 랑카위 섬 원주민과 산다는 것 랑카위 섬은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오랑 아슬리(Orang Asli)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레이어로 '사람'이라는 뜻의 '오랑'과 '원주민'을 뜻하는 '아슬리'가 합쳐진 말로, 말레이 원주민 공동체인 그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들의 생존 방식, 자연 인식, 그리고 외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지켜낸 문화적 지혜를 세 가지 측면으로 풀어봅니다.숲의 언어를 아는 사람들오랑 아슬리는 나무를 자르기 전에 숲에 허락을 구합니다. 이들은 숲을 자원 창고가 아니라 생명과 대화하는 공간으로 인식합니다. 랑카위 섬의 내륙에는 관광객이 거의 가지 않는 밀림 지대가 있으며, 이곳은 오랑 아슬리 Temuan 부족이 채집, 사냥, 약초 채취 등을 통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입.. 2025. 7. 19. 마라룩 섬에서 배를 짓다 필리핀 북부 루손 인근의 외곽 섬, 마라룩(Maraluk Island)은 관광보다 생계와 전통이 중심인 섬입니다. 이곳에서는 대대로 전해지는 전통 목선 ‘방카(Bangka)’ 만들기 문화가 오늘날에도 살아 있습니다. 기계와 공장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이어지는 이 기술은 섬의 생존을 떠받치는 지혜이자, 지역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이 글은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은 마라룩 섬의 전통 배 제작 문화를 조명합니다.나무에서 배가 되는 순간, 마라룩의 조선기술마라룩 섬에서 배를 만드는 작업은 단순한 제작이 아니라 삶의 연장입니다. 이 지역의 조선 기술은 최소 3대 이상을 거쳐 구전되어 온 것으로, 섬 주민들은 별도의 설계도 없이도 손과 기억만으로 배를 짓습니다. 핵심은 지역에서 채취한 ‘나라(Narra)’나무나 ‘마.. 2025. 7. 19. 시아르가오 섬의 서핑 너머 삶 시아르가오 섬은 '필리핀의 서핑 수도'로 알려졌지만, 서핑 뒤에 숨은 로컬 사람들의 삶은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습니다. 파도를 따라 떠오른 섬의 이면에는 자연에 기대 사는 공동체,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변화하는 해녀와 어부, 그리고 속도를 늦춘 삶의 방식이 존재합니다. 이 글은 관광 중심이 아닌 '서핑 너머의 시아르가오'를 소개합니다.서핑 수도의 이면, 섬 아이들의 아침시아르가오 섬의 가장 붐비는 시간은 새벽과 아침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서핑 관광객의 물살 아래에는 조용히 하루를 준비하는 섬 아이들의 아침이 있습니다. 섬 동쪽 작은 어촌 부두에선 해가 뜨기 전부터 조개를 줍는 아이들과 바구니를 든 할머니가 함께 등장합니다. 이곳 아이들은 정규학교를 다니면서도 아침마다 바닷가를 지나 조개, 작은 게,.. 2025. 7. 19. 칼라윗 섬에 사파리가 있다 필리핀 팔라완 북부에 위치한 칼라윗 섬(Calauit Island)은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아프리카 사파리 동물이 서식하는 섬입니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환경보호와 생물 다양성 보존의 실험장이 된 이 섬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낯선 생명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문한 이들이 강렬한 인상을 받는 곳, 칼라윗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섬의 풍경은 단순한 이국적 체험을 넘어, 인간이 자연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도 기능합니다.아프리카에서 온 동물들, 칼라윗의 특별한 시작칼라윗 섬의 사파리는 단순한 동물원이 아닙니다. 1976년, 당시 마르코스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기린, 얼룩말, 임팔라 등을 필리핀으로 옮겨 팔라완 칼.. 2025. 7. 18.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