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38

장날에 다녀온 홍천 이야기 강원도 홍천군은 면적은 넓지만 인구 밀도는 낮은 전형적인 내륙형 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중심지인 홍천읍에서는 매월 3일, 8일, 13일 등의 날짜에 전통 장이 서며, 지역민들과 농민, 상인, 그리고 일부 여행자들이 이 리듬을 따라 한 곳에 모입니다.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한 이 장날은, 단순한 상거래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시간과 계절,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생생한 현장입니다. 서울과 불과 두 시간 거리의 이곳 장터는, 여전히 고유한 방식으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로컬푸드, 진열대 너머의 농가홍천 장날의 핵심은 로컬푸드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단지 ‘지역에서 난 식재료’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판매자는 직접 재배하거나, 이웃 농가에서 직접 받아온 식재료만을 판매합니다. 상품은 포장.. 2025. 7. 23.
제로숙소에서 보낸 제주 하루 제주도 구좌읍은 성산 일출봉과 세화해변 사이에 자리한 조용한 지역입니다. 이곳에는 최근 몇 년 사이 ‘제로웨이스트’를 내건 숙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친환경 인테리어가 아닌, 숙박의 구조 자체를 탄소중립에 가깝게 설계한 공간으로, 에너지는 태양광으로 충당되고, 식사는 채식 위주로 구성되며, 일회용품은 철저히 배제된 곳입니다. 이 글은 실제로 그런 제로 숙소에서 머문 하루를 기록한 것이며, 관광보다 체류, 소비보다 실천에 가까운 여행의 흐름을 전합니다.전기 없는 밤, 햇빛으로 운영되는 숙소숙소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전등 대신 천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었습니다. 건물은 남향으로 지어져 낮 동안 태양의 각도를 고려한 채광 구조를 갖추고 있었고 에너지원은 대부분 태양광 패널이며, 실내 온.. 2025. 7. 22.
버스 한 줄로 엮인 마을들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닙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버스 노선 하나가 곧 삶의 경로이자, 마을과 마을을 엮는 유일한 실선입니다. 도시에서는 사라진 ‘노선 중심 이동감각’이, 시골에서는 여전히 일상을 지배합니다. 이번 글은 하나의 버스노선이 관통하는 여러 마을을 따라가며, 그 안의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정류장이 품은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GPS나 내비게이션이 아닌, 시간표와 정류장 이름으로 이동하는 방식. 그 느림과 불편함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입니다.정류장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마을들경상북도 군위에서 청송으로 이어지는 261번 농어촌버스는 하루 다섯 번만 운행합니다. 이 노선은 대구광역시 외곽에서 출발해 군위읍을 거쳐, 금성면, 부계면, 송소리, 외내리 등 작고 외딴 마을들을 관통합니다. 흥미로운 점.. 2025. 7. 22.
도주리, 이름에 담긴 말의 마을 경상북도 청도군 매전면 도주리는 지도로 보면 작은 시골 마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지명부터가 방언의 흔적을 품고 있습니다. ‘도주(道舟)’라는 이름은 지역 사투리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깊은 골짜기 아래로 흘러가는 물줄기 또는 ‘배처럼 눕는 땅’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 마을은 단순히 조용한 농촌이 아니라, 언어와 지형,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맞물려 살아 움직이는 공간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라져 가는 말과 함께, 그 말속에 남은 마을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도주라는 말, 사라진 언어의 지형도주리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낯설게 들립니다. 행정 지명은 '도주(道舟)'로 표기되지만, 이곳 사람들은 ‘도지’나 ‘도주지’라고 부릅니다. 이는 경상북도 남부 지역에서 쓰이는 방언 구조의 흔적이 남.. 2025. 7. 22.
새벽 어시장, 시간의 파도 위를 걷다 해가 뜨기 전, 도시는 여전히 잠들어 있지만 어시장은 이미 하루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흔히 여행은 낮의 풍경을 전제로 하지만, 이 글은 시간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보려 합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그 짧은 시간에만 존재하는 어시장의 리듬을 따라가 봅니다. 관광객이 오기 전, 해가 뜨기 전, 상인과 어부만이 오가는 시장은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릅니다.해뜨기 전, 시장은 이미 바쁘다포항 죽도시장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40분. 시장 주변은 아직 가로등에 의지한 채 어둡지만, 시장 내부는 대낮처럼 밝습니다. 큰 수조에는 살아 있는 광어와 도다리가 빠르게 헤엄치고, 해산물 바구니를 머리에 인 상인들이 소리 없이 움직인다. 새벽의 시장은 고요하지만 분주합니다. 이 시간대.. 2025. 7. 21.
태국 골프장 이주 노동자의 하루 푸른 페어웨이, 정갈한 벙커, 완벽히 깎인 그린. 우리가 걸으며 감탄하는 그 아름다운 골프장의 표면 아래에는 매일 새벽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손과 발의 노동이 있습니다. 태국 전역의 리조트 골프장에는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이 잔디를 깎고, 모래를 고르고, 쓰레기를 줍고, 스프링클러를 조절하며 말없이 하루를 보냅니다. 이 글은 그중 한 청년의 하루를 따라가며, 관광의 풍경 이면에 분명 존재하는, 그러나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새벽 4시, 잔디를 걷는 그림자들그는 새벽 3시 45분에 일어납니다. 기숙사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창문도 없는 시멘트 구조물 안에서, 열 명의 동료와 함께 침낭 하나로 잠을 잡니다. 물은 공동 수도에서 사용할 수 있고, 전기는.. 2025.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