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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이창 논길에서 고산의 삶을 걷다 중국 저장성 남서부의 쑤이창(遂昌)은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해발 800m 고산 지대에 자리한 조용한 전통 농촌 마을입니다. 잘 알려진 관광지와 달리 이곳은 오래된 계단식 논과 손 벼 베기, 이웃 공동체의 삶이 지금도 실시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계가 없는 풍경, 흙 묻은 손으로 쌀을 만드는 사람들. 쑤이창은 도시화 이전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마을이자, ‘사람의 속도’로 여행할 수 있는 아주 귀한 공간입니다.안갯속 계단식 논, 고산의 아침을 열다쑤이창의 하루는 아주 이른 새벽, 산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안갯속에서 시작됩니다. 아침 햇살은 아직 산등성이를 넘지 못했고, 계단식 논은 고요하게 수면을 유지한 채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논둑 옆으로는 이슬에 젖은 풀이 발끝을 스치고, 멀리서 소 .. 2025. 7. 17.
우전 수향마을 물길의 밤에 머물다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우전(乌镇)은 ‘물의 도시’ 혹은 ‘동방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수향마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지 수로가 있는 전통 마을이 아닙니다. 물길, 조명, 전통 가옥, 공연, 그리고 밤의 정적까지도 감각적으로 여행자에게 스며드는 마을입니다. 대도시의 화려한 현대 중국이 아닌,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음미하는 공간이죠. 이번 콘텐츠에서는 낮의 골목 산책부터 해 질 녘 배 타기, 밤의 전통 숙소까지 우전의 하루를 따라가며 이 도시만의 리듬을 소개합니다. 시끄러운 관광지가 아닌 ‘머무는 여행’을 원하신다면, 우전은 분명히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오전의 우전 – 물길을 따라 걷는 전통의 골목우전은 ‘동서구(东西栅)’로 나뉘는데, 그중 동구는 조용하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잘 간직한 지.. 2025. 7. 17.
고성 죽도, 경계 위에서 사는 섬 고성 죽도, 경계 위에서 사는 섬 강원도 고성군 죽도는 우리나라에서 민간인이 거주하는 섬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곳입니다. 네이버 지도에서도 한참을 확대해야 겨우 보이는 점 하나. 하지만 그 점 위에는 여전히 삶이 이어지고 있고, 그 삶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분단과 군사, 고립과 생존, 그리고 공동체라는 다층적인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글은 관광지로 소개되지 않는 고요한 죽도에서 마주한 것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분단의 국경선과 민간의 생활권이 맞닿은 이 섬은, 어떤 안내서에도 적히지 않지만 가장 한국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작은 섬에 농축된 군사 시설의 긴장, 그리고 그 안에서 조용히 이어지는 사람들의 일상은 단순한 여행 그 이상을 느끼게 합니다.대한민국 최북단 민간 거주 섬, 죽도죽도는 강원도 .. 2025. 7. 17.
요그야카르타 여행 바틱과 은공예 이야기 요그야카르타(Yogyakarta)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문화적 심장입니다. 수백 년간 자바 전통을 이어온 이곳은 여전히 ‘예술의 도시’, ‘전통의 마지막 수도’로 불립니다. 고대 왕궁부터 서민의 골목길까지, 요그야카르타는 ‘예술이 삶으로 존재하는 도시’입니다.특히 이곳은 바틱(Batik) 공예와 은세공, 가믈란 음악, 와양 인형극 등 전통 예술이 실생활과 맞닿아 있으며, 관광객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요그야카르타에서만 가능한 감각적인 체험 세 가지—바틱 염색, 수공예 거리 탐방, 왕궁 전통 공연을 중심으로, 문화가 '관람의 대상'이 아닌 '살아 있는 일상'이 되는 여정을 소개합니다.바틱 체험 – 천 위에 그려 넣는 삶의 문양요그야카르타를 방문한 많은.. 2025. 7. 17.
플로레스 여행 분화구와 민속마을 체험 인도네시아 플로레스(Flores)는 많은 여행자에게 여전히 미지의 공간입니다. 이 섬은 발리처럼 개발되지 않았고, 롬복처럼 리조트가 많지도 않지만, 그 대신 인류의 기억과 자연의 신비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섬입니다. 수천 년 전 화산의 흔적 위에 민속마을이 세워지고, 천직처럼 이어온 직조 문화는 사람들의 삶을 시간으로 연결하며, 바람과 비는 여전히 마을의 리듬을 이끕니다.이번 여행에서는 플로레스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인 분화구, 민속마을, 직조문화를 중심으로, 우리가 흔히 경험하지 못하는 '느림'과 '깊이'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이 섬은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을 체험하는 장소입니다.켈리무투 분화구 – 세 가지 색의 호수가 묻는 질문플로레스 동쪽의 켈리무투 국립공원(Kelimutu National Park.. 2025. 7. 16.
태백 폐광마을, 사라진 노동의 흔적 태백은 석탄으로 먹고살던 도시였습니다. 한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광부가 거주하며 매일 검은 땀을 흘리던 곳, 그러나 에너지 구조가 바뀌고 석탄산업이 사라지면서 이 도시는 고요한 폐광마을로 남았습니다. 이 글은 관광지로 포장되지 않은 태백의 폐광촌을 따라 걷는 기록입니다. 무너진 탄광, 녹슨 철로, 그리고 아직 떠나지 않은 사람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노동의 흔적은 지금도 무언의 언어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태백은 한때 대한민국의 심장이었다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태백은 대한민국 석탄 생산의 중추였습니다. 장성광업소, 삼척탄좌, 철암광업소 등 대규모 탄광이 곳곳에 있었고, 서울, 대구, 부산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태백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500미터 아래의 갱도 속으로 내려가 목숨을 걸고.. 2025. 7. 16.